[굿바이 도깨비] 김은숙, 진화에 성공하다①

입력 2017-01-22 09:00   수정 2017-01-22 09:25

[굿바이 도깨비] 김은숙, 진화에 성공하다①

멜로 벗어난 이야기로 케이블 TV '마의 시청률 20%' 돌파

이응복 PD와 절묘한 호흡…뒷심부족은 '숙제'

<※편집자 주 = tvN 금토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가 케이블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지난 21일 인기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지상파 TV 드라마의 시청률도 10%를 넘기기 어렵고, 심지어 2~3%까지도 추락하는 현실에서 '도깨비'가 거둔 성과는 눈부십니다. 특히 타이틀롤을 맡은 공유는 제목 그대로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의 모습을 아름답게 구현해 여심을 사로잡았습니다. 중국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도 흑자를 기록하는 등 '도깨비'가 거둔 성과를 3꼭지로 나눠 살펴봅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도깨비가 떠났다. 님은 멀리 떠났지만 그가 떠난 자리에는 많은 성과가 남았다.

21일 밤 마지막 15~16회를 연달아 편성한 '도깨비'는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20.5%(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케이블방송 22년의 역사를 다시 썼다.

역대 케이블채널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은 2016년 1월16일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 20회가 기록한 평균 19.6%, 순간 최고 시청률 21.6%이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은숙 작가의 손에서 나온 '도깨비'는 김은숙의 진화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변화를 갈구했던 김 작가는 '도깨비'를 통해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 멜로에서 탈피한 김은숙, 세계관을 확장하다

김은숙 작가의 변화는 지난해 아시아를 뒤흔든 '태양의 후예'에서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의 기획과 구성이 상당부분 공동 집필자이자 원안자인 김원석 작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김은숙 작가의 진화는 '도깨비'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온전히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싹을 틔우고 발전시킨 '도깨비'는 김은숙 작가가 소재와 외연의 확장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멜로에 집중해오고, 이른바 '언어유희'와 '대사발'에서 능력을 발휘해왔던 김 작가는 '도깨비'를 통해 그가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도깨비라는 초월적 존재, 신비로운 존재를 불러내 21세기식으로 스타일링 했고, 900여년을 관통하는 엄청난 시간을 무대로 삼았으며, 윤회와 업보라는 종교적 관념을 멜로에 실어 감각적으로 표현해냈다.

그간 남녀의 사랑에 천착해왔던 그는 '태양의 후예'를 통해 '인간애'와 '동료애'로 소재의 폭을 넓혔고, '도깨비'에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파고들며 자신의 그릇을 키웠다.

덕분에 그의 작품에 열광해오던 팬들도 이제까지 보지 않았던 다른 곳을 보게됐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세계관의 확장을 경험하게 됐다.

'파리의 연인'부터 '상속자들'까지는 물론이고, '태양의 후예'에서도 결국은 '연인'이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도깨비'는 달랐다. 김은숙 작가 작품 최초로 멜로가 아닌 다른 이야기와 캐릭터가 시청자의 혼을 빼놓았다.






◇ '말발' 아닌 이야기에 집중…"뒷심 부족"은 여전히 숙제

물론 이번에도 주목같은 대사가 많았다.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는 이미 유행어가 됐다.

또 남녀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 리드미컬하게 주고받는 '핑퐁 대사'의 묘미도 여전했다. 다들 어쩜 그리 말을 잘하는지.

하지만 '도깨비'는 대사에 그친 드라마가 아니었다. 이야기가 살아있었다. 도깨비, 저승사자, 삼신할매, 귀신, 악령에 더해 신까지 소환해 판을 키운 김 작가는 이 다양한 키워드에 하나하나 살을 붙이며 풍성한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시공간 역시 넓디넓어 900여년의 세월과 지구촌 여기저기가 무대가 됐고, 이승과 저승, 이승과 저승 사이의 어드메까지 마음껏 휘저으며 판타지의 스케일을 키웠다.

또 아홉수에는 조심해야한다는 등의 미신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신이 정해준 운명을 거부하고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쿨하게 그려 눈길을 끌었다.





다만 뒷심 부족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김 작가는 무슨 이야기든 초반에는 시청자가 훅 빨려들어가게 하는 기막힌 재주를 부리지만, 어느새 이야기는 사라지고 말장난만 남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고공행진하는 시청률과는 별개로 늘 지적돼온 문제다.

'도깨비'도 어김없이 중반부에서 이야기가 실종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저 찬란하고 위대한 도깨비가 고작 여고생과 로맨틱 코미디나 하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이냐는 핀잔 속 지루하고 늘어진다는 불평이 이어졌다.

그래도 10~13회에서는 다시 고삐를 바짝 조여 이번에는 달라졌는가 싶었다. 하지만 14회를 기점으로 "김은숙 드라마는 13부로 해야해. 마의 14부"(네이버 아이디 'plut****'), "너무 기다린 탓인 건가. 이번주는 다른 사람이 쓴 드라마를 본 것 같은 기분은 나만 느낀건가"('ruby****'), "역시 뒷심이 부족했다"('flvl****')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 이응복 PD와의 만남이 '신의 한 수'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긴 하지만, 연출자와 손발이 맞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김은숙 작가가 이응복 PD를 만난 것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다. '태양의 후예'에서 인연을 맺은 김 작가와 이 PD는 '도깨비'에서 막강한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도깨비와 저승사자, 삼신할매가 등장하는 이 판타지 드라마를 매 순간 고급스럽게 포장한 것은 이 PD의 연출력이다. 글로 써진 판타지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

이 PD는 CG를 이용한 특수효과에 완벽을 기한 것은 물론이고, 화면의 구도와 색감, 미장센과 소품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신경 썼다. 심지어 배우들의 패션과 동선도 매 장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로웠다. 모르긴 몰라도 김 작가도 방송을 보고 감탄했을 듯 싶다.

이렇게 완벽을 기하다보니 결국 시간이 부족해 지난 14일 '도깨비'는 예정된 14회를 방송하지 못하고 결방하는 사고를 냈다. 심지어 종영일인 21일 새벽까지 꼬박 촬영을 진행해야했다.

비록 결방은 피할 수 없었지만, '도깨비'는 이와 같은 이 PD의 집요하면서도 미적 감각이 넘치는 연출 덕분에 한층 매력적인 드라마가 됐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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