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터널' 진입한 한국경제…잠재성장률도 2%대로 추락(종합)

입력 2017-01-25 10:20   수정 2017-01-25 18:02

'저성장 터널' 진입한 한국경제…잠재성장률도 2%대로 추락(종합)

작년, 부동산·재정으로 간신히 2%대 중반…올해는 2%대 초반 전망도

"단기적인 성장률보다 잠재성장력 제고가 중요"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7%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경제성장률은 2015년 2.6%에 비해 0.1% 포인트(p) 올랐지만 2014년 3.3%를 찍고서 2년 연속 2%대 중후반에 머물렀다.

작년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같은 메가톤급 악재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하반기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최순실 게이트' 등의 변수가 돌출했지만, 경제 전반을 흔들 정도의 사건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2.7% 성장에 그친 것은 한국경제가 성장 체력이 약화했음을 일깨워준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 전반의 소득 수준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올해도 내수 위축에 대한 불안감과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등으로 2%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건설투자 증가율 23년 만에 최고…설비투자는 마이너스



지난해 한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한 분야는 건설투자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무려 11.0%를 기록하면서 2015년(3.9%)의 3배 수준으로 뛰었다.

1993년(11.9%) 이후 2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보인 영향이 크다.

작년에는 서울 강남 등 수도권의 재건축과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4.22% 상승했다.

건설투자의 GDP 성장기여도는 1.6%p로, 2015년(0.6%p)보다 1.0%p나 높고 1995년(2.0%p)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로 집계됐다.

작년 GDP 성장에서 건설투자의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소비도 나름대로 선방을 했다.

민간소비가 2.4% 늘면서 2011년(2.9%) 이후 5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정부소비 증가율도 3.9%로 1년 전보다 0.5%p 오르면서 2009년(5.2%) 이후 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없었더라면 이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는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와 5월 6일 임시공휴일 지정, 쇼핑·관광 축제인 '코리아 세일페스트' 등으로 소비 진작에 안간힘을 썼다.

또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건설투자와 민간소비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2015년 5.3%에서 지난해 마이너스(-2.4%)로 전환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컸던 2009년(-7.7%)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기업들이 불확실성 경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를 주저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2015년 0.5%p에서 지난해 -0.2%p로 떨어졌다.

수출 성적표는 개선됐지만, 아직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증가율이 1.4%로 2015년(0.8%)에 비해 0.6%p 올라갔다.

그러나 2012년(5.1%), 2013년(4.3%), 2014년(2.0%) 등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에서 뚜렷하게 반등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세계적인 무역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지난해 유가 하락 등으로 불확실성이 컸다.






◇ 올해 더 어렵다…내수불안·보호무역주의에 불확실성 커져



새해 한국경제는 험난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건설투자 증가세가 꺾일 공산이 크다.

이미 작년 4분기 건설투자는 1.7% 줄면서 2015년 4분기(-2.4%) 이후 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택경기가 크게 얼어붙었다.

소비자들의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계는 소득 증가율이 미약한 가운데 1천300조원을 돌파한 빚 부담으로 지갑을 크게 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출입기자단과 만찬 간담회에서 새해 한국경제의 관건이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가 급격히 악화하는 '소비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작년 3분기 0.5%에서 4분기 0.2%로 둔화한 점은 불안감을 키운다.

수출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작년 11월부터 반도체, 화학제품 등에서 호조를 띠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신흥국 경제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수출에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 개연성 등 악재가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 이후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고 정부도 2.6%를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경제연구원(2.1%)과 LG경제연구원(2.2%), 현대경제연구원(2.3%) 등 민간연구기관들은 2%대 초반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저성장이 굳어졌고 이런 현실에 맞춰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에서 2012년 2.3%로 추락한 이후 최근 5년 사이에 2014년(3.3%)을 제외한 4년 동안 2%대에 머물렀다.

이미 민간에서는 생산요소를 최대한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은도 인구 고령화의 가속화 등을 고려해 잠재성장률이 2%대 후반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도 2.8%로 과거보다 낮게 잡았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성장률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생산성 제고, 규제 개혁 등에 공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경제체질을 바꿔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가지 개혁을 통해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산업 등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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