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정권 때부터 시작…"미국이 일본에 무리한 요구 반복"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미국과 일본 사이 자동차무역 마찰이 격해지고 있다. 양국간 무역마찰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40~50년간 되풀이해 왔다.
25일 아사히·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은 대일 무역적자가 커진 1960~90년대에 섬유,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을 표적삼아 일본 측에 수출자주규제 등 요구를 되풀이하며 충돌했다.
자동차 마찰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 정권(1974~77)시대에 처음 빚어졌고 이후 본격화하면서 지미 카터 대통령 정권 때는 양국 국장급 협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1980년 5월에는 일본이 '일·미 자동차 패키지'를 발표했다. 배경에는 석유 파동과 강달러로 미국 내 수입차 판매가 1978년에서 1979년에 걸쳐 20% 가까이 급증한 사실이 있다. 미국 자동차 빅3에서는 해고가 잇따르고 그 중 크라이슬러는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 위협론'에 대한 여론도 뜨거워졌다.
미 업체의 역경은 깊어만 갔다. 포드와 전미자동차노조(UAW)는 1980년 '통상법201조'에 기초해 일본차의 수입 제한을 요구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다음해인 1981년 레이건 정권이 발족한 뒤 미국정부는 자동차산업의 재건 플랜을 세웠다. 이에 일본정부는 "1984년도까지 대미 수출 대수를 연 168만대로 한다"는 수출자주규제 조치를 결정했다. 자주규제는 1994년까지 13년간 이어졌다.
이에 일본업체는 현지생산을 진행했다. 혼다가 1982년에 오하이오주에서 생산을 시작했고 도요타와 닛산도 속속 미국공장을 지었다. 특히 1984년 도요타와 미 제너럴모터스(GM)가 캘리포니아주에 지은 합병공장 NUMMI는 '미·일 협조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마찰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1989년부터 이뤄진 일·미 구조협의에서 일본업체의 미국공장에서 미국제 부품조달이 적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국인이 일본차를 부수는 일까지 있었다.
1992년에는 재선을 목표로 하는 부시 대통령이 미 자동차 빅3의 수뇌를 데리고 일본을 찾아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와 회담하면서 미국 내에서의 자동차부품 구입 문제를 제기했다.
회담 후 공동선언에서는 일본업체의 미국산 부품 구입 목표가 포함됐다.
일본 자동차업체는 이처럼 미국 대선 때마다 줄곧 미국 자동차 업체의 공격 대상이 되고는 했다.
이번에 다시 조명받는 자동차 무역 마찰 문제도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그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은 외국무역장벽보고서에서 일본 시장에 대해 규제나 유통 구조의 불투명성이나 차량검사라는 복잡한 인증 등의 '비관세 장벽'을 들어 항의하고는 한다. 일본 정부는 인식 차이라며 반론한다.
일본 정부나 업체들은 "일본시장에서 미국제 자동차 판매는 저조하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독일 등 유럽 자동차는 인기"라며 미국차의 품질 경쟁력을 지적한다. 일본시장에서 디자인이나 브랜드력, 연비, 판매망 등 소비자 요구에 호응하려는 미국기업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 간 자동차 무역 구조도 지난 30년간 크게 변했다. 일본차는 절정 때인 1986년 343만대가 미국으로 수출됐지만, 2015년에는 160만대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그 대신 1985년 30만대도 안 됐던 일본업체의 미국공장 생산량은 384만대로 10배 이상이 됐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일본의 자동차관련산업 고용자는 약 150만명에 달한다.
미국 무역적자에서 점하는 일본의 비율도 1991년 65%에서 계속 감소해 2015년에는 9%로, 중국(49%)과 독일(10%)에 이은 세번째 규모로 줄었다. 일본측은 이러한 수치까지 들며 억울해하고 있다.
일본은 6.4%였던 자동차 관세를 1978년 철폐했다. 역으로 지금은 미국이 일본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일본 고위관계자들은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아사히는 "미국이 일본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이전에도 같았다는 것이 1990년대 미국과 교섭한 경제산업성 간부의 증언이다. 향후 미국이 험한 요구조건을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 언론은 미 상무장관에 지명된 윌버 로스가 85차례나 일본을 방문한 경험을 가진 지일파이기 때문에 양국간 마찰이 심해지면 그에게 충돌의 완충역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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