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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랩배틀'이 군사충돌로 비화할까 조마조마한 亞국가들

입력 2017-01-25 17:37  

미·중 '랩배틀'이 군사충돌로 비화할까 조마조마한 亞국가들

남중국해 인공섬 봉쇄시 "개전 의미"…"亞 국가들 한쪽 편 들기 어려워"

"미국이 중국 견제하되 평화 속에 경제발전 도모가 亞국가들의 소망"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너희가 우리의 일자리와 돈을 훔쳐갔지, '하나의 중국' 원칙이 어디 있어, 남중국해 접근 못하게 봉쇄할 거야"라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 얼굴을 들이밀며 으르렁거린다.

시진핑의 중국은 지지 않고 "이제부터 자유무역 깃발을 우리가 들 거야, 대만을 부추기면 용서 못해, 남중국해 막으면 전쟁이야"라고 그르렁거린다.




수심 가득히 지켜보는 아시아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랩 배틀'이 어깨를 툭툭 치는 선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라며 콩닥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서로를 향해 전투기와 미사일을 날리는 날이면 미·중 간 평화 속에 경제발전을 이뤄가리라는 꿈은 깨지고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2대 최강대국 중 한 나라를 적으로 돌려야하는 상황을 강요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최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중단하고 그 인공섬들에 대한 접근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중국에 명확히 보내야 한다"는 말로 아시아정책 전문가들의 놀란 턱이 바닥에 떨어지게 한 뒤 미·중간 남중국해 군사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틸러슨 장관 등의 인공섬 접근 불허 발언은 대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며, 이는 전쟁에 해당한다는 말이 미국 국방부와 해군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 해군의 대학원 격인 해전대학의 제임스 크라스카 국제법 교수는 의회 청문회에서 인공섬에 중국의 접근을 막는 것은 국제법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지만, 미국 홉스트라대 법대의 줄리언 쿠 교수는 국제법적으로 합법일지 몰라도 "개전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지난 13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는다며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내세우면서도 "목소리만 컸지" 실제 군사력으로 뒷받침하지 않아 "중국의 공격성과 지역 불안만 키운" 결과를 낳았다고 말하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힘을 통한 평화' 전략으로 중국의 기를 꺾을 수 있다며 한 말이다.

중국의 경제 엔진이 식고 있는 데다 장기집권을 위한 국내 정치기반 안정화에 주력해야 하는 입장에서 시진핑이 미국과 전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도 트럼프 행정부는 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트럼프를 종이호랑이로 보고 있다. 협상이 여의치 않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에 부닥치면 물러서리라는 것"이라고 제임스 짐머맨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은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또 중국의 경제 불안과 정치 불안이 시진핑에게 약점이긴 하지만, 미국의 경제·군사 압박이 적어도 단기적으론 시진핑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 악화와 정치기반 약화의 파고를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을 타고 넘은 것도 외환으로 내우를 해결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푸틴은 러시아의 정치, 경제 불안 요인 모든 것을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 지지율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세기의 종언' 저자 마이클 오슬린은 24일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중국은 트럼프와 싸움에서 달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수세에 몰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싫어서 중국이 더 강하게 반격에 나서 미국의 새 대통령을 시험하고 물러서게 만들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슬린은 특히 중국이 트럼프 시험장으로 북한을 활용할 가능성을 짚었다. 중국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비난에 대응해, 도리어 대북 경제 지원을 늘려 대북 제재의 무력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언제든 대륙간탄도탄(ICBM)의 시험 발사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렇게 나올 경우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대만 상공에 중국 폭격기가 선회비행하고, 한국과 일본 영공에 중국 전투기가 근접비행하며 대만 해협과 일본 수역을 통해 중국 항공모함이 남중국해로 진입한 사례들처럼, 중국이 아시아의 미국 동맹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일본과 영유권 다툼이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 주변에서 군사활동 강화로 일본의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아시아에 대해 경제적 당근은 내놓지 않고 군사적 힘이라는 채찍만 들이밀 경우 중국과 싸움에 미국이 나홀로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주재 외교관 출신인 정치분석가 헌터 마스턴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아시아 우방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며 "작은 나라들은 두 초강대국 간 싸움에서 어느 한 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으며, 또 그런 상황이 되면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도 불분명해진다"고 23일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에 "경제적 보상 없는 미국의 매력은 떨어지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연구원 빌리 헤이턴 역시 트럼프의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무릅쓸 때 "동남아 지역뿐 아니라 그 너머 미국의 동맹, 동반국, 우방국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들은 대부분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세력으로 존재하기를 원하지만, 두 나라 중 한쪽 편을 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같은 견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충실한 미국의 동맹 중 하나인 호주가 미국의 대중 봉쇄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주 국방부 관리들은 밝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들은 봉쇄가 성공할 수 없을뿐더러,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국의 우방들이 중국으로 기울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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