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국정 역사·한국사 교과서 편찬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집필진에 이어 또다시 '우편향'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로 참여한 학자들 대부분 보수성향으로 분석되는 데다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학자들도 포함된 탓이다.
교육부가 31일 공개한 편찬심의위원 명단을 보면 전문가 6명과 교원 4명, 학부모 2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편찬심의위원회는 최종본을 발행하기 전 교과서가 제대로 쓰였는지 검토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이다. 내용을 수정할 권한은 없지만 검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부는 당초 16명을 위촉했으나 4명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명단에 따르면 심의위원장은 이택휘 전(前) 서울교육대학 총장이 맡았다. 이 전 총장은 독립기념관 부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과 국학원장 등을 지냈다.
전문가 가운데는 국무총리실 납북피해자 보상·지원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문화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포함돼 있다.
국사편찬위원인 허동현 경희대 교수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운영자문위원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도 심의위원회에 참여했다.
교육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심의위원 대부분이 보수성향 학자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택휘 위원장은 2000년대 초반 '좌편향 교과서'를 바로잡겠다며 발족한 보수성향 단체 '교과서포럼' 창립기념식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허동현 교수와 강규형 교수 역시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보수성향 학자로, 유신 체제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거나 교과서포럼·한국현대사학회 등 보수 단체에서 활동해왔다.
김호섭 이사장과 이기동 원장 역시 정부 출연기관을 이끄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심의위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말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단일 적용 방침을 폐기하고 국·검정 혼용 방안을 발표한 직후 사퇴했다.
교원으로는 정한숙 옥천여중 수석교사, 윤춘옥 인천예일고 교사, 김명철 서경중학교 교감, 황선경 명덕여고 교사가 포함됐고, 학부모 위원으로는 교사 출신인 이철문씨와 김동순 교과서분석연구회 대표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정한숙 교사는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선도교원 연수 강사를 지냈고, 김명철 교감은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위원을 맡고 있다.
'우편향' 논란은 교육부가 지난해 말 교과서 현장검토본과 집필진 명단을 공개했을 때도 불거졌다.
많은 역사학자가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발하며 집필 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진보·보수진영의 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대사 집필에 보수성향 학자들이 다수 참여했기 때문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이끌었던 김낙년 동국대 교수나 한국현대사학회에서 활동해 온 김명섭 연세대 교수 등이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강규형·허동현 교수 등은 학계에서 필자 또는 심의위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 인사"라며 "집필진에 이어 편찬심의위원 명단 역시 보수성향 인물들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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