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억 아끼려…투병학생 2천명 학습권 외면하는 교육당국

입력 2017-02-06 07:30  

24억 아끼려…투병학생 2천명 학습권 외면하는 교육당국

3월부터 원격교육시스템 도입에 학부모들 '분노'

"'쌍방향 소통' 가능한 기존 화상강의 유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정유라 한 사람한테는 수십억원이 지원된다는데…. 병마와 싸우는 수천명의 아이들한테는 연 20억여 원을 아끼려고 학습권마저 빼앗으려 합니다."

교육부가 3월 새 학기부터 소아암 등 만성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위해 원격교육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질병 때문에 학교에 가기 어려운 아이들이 병원이나 집에서 언제든 원격으로 수업할 수 있는 시스템에 학부모들은 왜 '반대'를 외치는 것일까.

6일 교육부에 따르면 건강장애 학생들을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이 개발한 원격교육시스템 '온라인스쿨'이 3월 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건강장애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지체장애, 발달지체 등과 함께 특수교육 대상으로 규정된 장애 유형이다.

소아암, 백혈병, 신장 질환, 희귀 난치성 질환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장기입원이나 통원치료가 필요해 학교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이 건강장애 학생에 속한다.

온라인스쿨은 이러한 건강장애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수업을 들으며 출석을 인정받는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건강장애 학생뿐 아니라 최근 정유라 사건으로 이슈가 된 체육특기생의 수업결손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기존에 건강장애 학생들이 이용하던 또 다른 출석인정 시스템인 '실시간 화상강의'가 폐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2006년에 '건강장애 학생 교육지원 사업'을 국가시책사업으로 정하고, 사업의 하나로 화상강의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특수교육법상 교육 제공 의무는 시도 교육감에게 있어서 화상강의 운영 주체도 시도 교육청이다.

연간 24억원 정도인 화상강의 운영 예산 역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교육부가 특별교부금으로 지원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사업을 시도 교육청에 완전히 이양해 각 교육청이 나눠서 예산을 부담하고 있다.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서울교육청은 '꿀맛무지개학교', 인천은 '인천사이버학교', 충남·세종은 '꿈빛나래학교'라는 이름으로 화상강의를 운영 중이다. 나머지 13개 교육청은 위탁기관인 '꿈사랑학교'를 통해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 학생은 관할 지역이 많은 꿈사랑학교에만 1천400명 등 총 2천명 가량이다.






이렇듯 건강장애 학생들이 10여 년 간 이용해 온 화상강의와 새로 도입되는 원격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쌍방향 소통 여부다.

화상강의는 학생과 교사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수업하는 방식이다.

교사 1명과 학생 여러 명이 반을 구성한 뒤 정해진 수업 시간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화상 캠, 마이크 등 통신장치를 이용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며 수업할 수 있다.

'놀이방' 기능도 있어서 아이들이 수업 시간 외에도 인터넷에서 따로 만나 화상 대화를 하기도 한다.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나마 교우 관계를 형성하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원격교육은 사전 녹화 강의를 학생이 혼자 접속해 듣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EBS 인터넷 강의와 비슷하다.

교사가 학생 질문에 답하고 학습 지도도 해주는 '튜터' 기능이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지만, 기존 화상강의의 '실시간 쌍방향 소통' 기능과는 차이가 있다.

교육부는 원격교육은 기존 화상강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며, 원격 도입 이후에도 화상강의를 원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두 시스템을 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은숙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은 "원격강의가 화상강의보다 교과목 수 등 수업 콘텐츠가 훨씬 다양해 대입 준비 학생들에겐 더 도움될 것"이라며 "시간 구애 없이 수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럼에도 화상강의를 원하는 학부모가 있으면 선택권 존중 차원에서 유지해야 하며, 시도 교육청에도 그렇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시스템 운영 권한을 가진 시도 교육청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예산이나 효율성 면에서 서로 비슷한 두 개의 시스템을 동시에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교사 인건비 등 매년 운영 예산이 들어가는 화상강의와 달리 원격교육은 교육청이 추가로 예산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학부모 선택권도 존중해야 하지만 화상강의는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앞으로 원격강의가 잘 정착되면 기존 화상강의를 계속 유지할지 말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아픈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더 세심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법을 고민해야 할 교육 당국이 효율만을 따지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꿈사랑학교의 학부모 장연우 씨는 "오랜 병원 생활로 교우 관계도 단절된 아이들의 유일한 낙이 화상으로 선생님,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그 시간엔 항암치료의 아픔도 잊을 정도인데 왜 그걸 막으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원격강의 도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화상강의를 원격과 병행해 유지만 시켜달라는 것"이라며 "아픈 아이들이 더는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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