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청탁금지법·구제역…삼중고에 추락하는 '귀한 한우'

입력 2017-02-08 06:03   수정 2017-02-08 09:24

불황·청탁금지법·구제역…삼중고에 추락하는 '귀한 한우'

작년 9월 이후 소고기 소비 30% 감소·한우 가격도 20% 하락

'입술에 물집 생기는 병 돈다' 불안 심리에 소비 위축 심화 우려

(전국=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구제역보다 더 두려운 건 소비자들의 불안감입니다. 가뜩이나 고기 소비가 안 돼 솟값이 형편없는데 이름부터 무서운 병이 터졌으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구제역이 1년 만에 또다시 발생하자 한우 사육농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사육 농가는 계속되는 불황 속에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구제역까지 터지자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강원도 횡성에서 한우 200여 마리를 키우는 조원섭(50) 씨는 7일 "아무리 건강하고 좋은 소를 생산하면 뭐하냐. 구제역이 발병하면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병이 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소비 심리가 더욱 얼어붙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조 씨는 "소 값이 많이 떨어져 지금 시세로는 원플러스(1+) 등급 이상 받아야 겨우 생산 원가를 맞추기 때문에 적자를 보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 1천만원까지 올랐던 투플러스(1++) 등급 소 가격은 700만∼800만원까지 떨어졌다.

뼈와 내장 등을 뺀 고기인 지육(枝肉) 가격도 ㎏당 5천원 정도 빠졌다.

보통 750㎏ 정도인 소 한마리를 잡으면 지육이 약 450㎏ 나오기 때문에 마리당 200만원가량은 떨어진 셈이다.

송아지 구입비 300만원에 사료와 조사료 비용 400만원을 합치면 생산 원가가 700만원에 달해 최소한 원플러스 등급을 받아야 간신히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농협중앙회가 분석한 한우 수급 동향에서도 거세우와 6∼7개월 수송아지 농가수취 가격(농가 판매가)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각각 12.8%와 2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60여 마리를 키우는 박병남(58·충북 제천) 씨는 "물가 상승으로 생산 원가가 많이 올랐는데 소비가 부진하니 솟값만 떨어진다"며 "구제역이 발병하면 뭐하러 병 걸린 고기를 사 먹느냐는 인식이 금세 퍼진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한우와 수입 소고기의 큰 가격 차는 한우 소비를 더욱 위축시킨다.

전국한우협회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우 소비가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우협회 중앙회 관계자는 "소비가 너무 안 돼 말 그대로 죽을 지경"이라며 "구제역이 확산하면 한우 축제를 비롯한 소비 촉진 행사가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구제역은 한우 사육 농가뿐 아니라 육가공업체와 일선 정육점 등의 연쇄 타격으로 이어진다.

육가공업체와 정육점은 매출 감소뿐 아니라 가축 이동 제한 조처로 공급에도 큰 차질을 빚지만, 사육 농가와 달리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실제 피해는 더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김제의 한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구제역이 확산하면 매출 감소와 함께 원료 조달도 차질을 빚어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충주 연수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정일(47) 씨는 "경기가 안 좋아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구제역까지 터져 걱정"이라며 "사태가 계속되면 고기를 제대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2010년 구제역 때는 가축시장 폐쇄로 한우 거래가 전면 중단됐지만 이후 백신 보급이 이뤄지면서 소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며 "제발 큰 피해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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