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호아트홀서 첫 내한 독주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러시아 피아니즘'의 거장으로 불리는 엘리소 비르살라제(75)가 오는 16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여는 첫 내한 연주회 프로그램이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다.
70대 여성 피아니스트의 공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프로그램이 정력적이다.
그는 처음으로 만나는 한국 팬들을 위해 슈만에서 슈베르트, 프로코피예프, 리스트에 이르기까지 2시간에 달하는 '피아노 성찬'을 차린다.
그는 13일 연합뉴스의 질문에 "내 나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물론 피곤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늘 몸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무대 위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을 수 있는 비결로는 역시나 '음악'을 들었다.
"음악은 영원한 열정의 원동력입니다. 아직도 새롭게 공부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아요. 낮에는 교수나 콩쿠르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느라 너무 바쁘기 때문에 새벽에 깨어 나만을 위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비르살라제는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1915~1997),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 등과 더불어 피아노계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전설'로 통한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 피아니스트로도 분류된다.
조지아 출신의 비르살라제는 모스크바로 이주해 본격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으며 20세에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에 오른 것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만 곡 등을 주로 연주하지만, 현대 러시아 작곡가 작품 소개에도 앞장서고 있다.
구소련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예술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는 늘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후계자'라는 식의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그는 연주 스타일에 '국적'을 특별히 부여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나는 조지아 출신이라 러시아 피아니즘에 대해 대답하기가 어렵다"고 웃었다.
이어 "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에게 교육받은 할머니(아나스타샤 비르살라제)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정도가 내 러시아 피아니즘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최근 세계적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인 연주자'의 특징을 말하긴 어렵다"며 "음악, 피아니스트에게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개인이 뛰어날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알렉세이 볼로딘 등을 키워낸 음악계 '큰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기교적인 면으로 접근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학생이 아주 깊숙한, 근원적인 부분부터 발전할 수 있도록 정신적인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고 자신의 교수법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인 제자 피아니스트 김태형도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는 "그의 연주를 처음 들은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며 "그는 이미 성숙한 연주자였고 내가 말하는 것들을 금방 흡수하는 아주 열린 마음의 학생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주와 교육 양쪽에서 모두 일가를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스스로를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판단했다.
"모든 음악가는 연주하는 작품에 대해 이상적인 그림을 품고 있지만, 그 그림이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펼쳐지는 순간은 없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여전히 100% 자신을 만족시키는 무대는 없어요. 연습을 위해 쏟을 시간이 부족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전석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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