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만 입고 편의점 가기"…도 넘은 인터넷 개인방송

입력 2017-02-14 07:31   수정 2017-02-14 08:59

"팬티만 입고 편의점 가기"…도 넘은 인터넷 개인방송

'시민 피해' 민폐도…민원 신고·심의 건수 '급증'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모르는 사람 얼굴에 물 뿌리기', '팬티만 입고 편의점 가기', '고급 수입차 타고 질주하기'.

인터넷 개인방송 운영자들이 제작하는 콘텐츠가 단순 재미를 벗어나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평소 인터넷 개인방송을 즐겨본다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최근 인터넷에 유포된 한 유튜버(유튜브 채널 운영자)의 게시물을 보고 불쾌감을 느꼈다.

팬티만 입은 반나체로 편의점을 돌아다니거나 길 가던 사람 얼굴에 물을 뿌리고, 사람이 들어가 있는 공중화장실 칸막이 문을 아무런 이유 없이 발로 차는 등 시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가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 속 시민은 연출된 상황인지 모른 채 얼떨떨한 모습으로 이들을 지켜봤고, 무방비한 상태로 '봉변'을 당한 일부 시민은 화를 참지 못하고 유튜버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구독자 수십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로 시청자로부터 도전 과제를 전달받아 이를 수행하는 내용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재미를 추구하는 건 좋지만, 영상과 관련 없는 시민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모습은 보기 불편했다"면서 "시청자 가운데 초등학생 등 청소년도 있는데 일부 콘텐츠는 자칫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느껴져 '이런 영상을 올려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1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개인 인터넷 방송 심의건수(자체 모니터링 및 민원접수)는 2015년 257건에서 지난해 718건으로 180%가량 늘었다.

이 중 민원접수는 각각 160건과 680건으로, 인터넷 방송을 보며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도를 넘어선 불법 행위로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가 처벌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인터넷 방송국 아프리카TV BJ(방송진행자) A씨는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에서 앞서가던 아우디 승용차를 자신의 차량으로 바짝 뒤쫓으며 난폭운전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다가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같은 해 6월 또 다른 30대 BJ는 고급 수입차인 포르셰 승용차로 새벽에 경기 고양시 덕양구 자유로를 질주하다가 사고를 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한 유명 BJ는 방송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선정적이고 가학적인 인터넷 개인방송 사례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시청자의 관심과 비례하는 수익구조 때문이다.

아프리카TV는 주로 방송진행자가 시청자로부터 유료아이템 '별풍선'을 받아야 돈을 벌 수 있고, 유튜브는 구독자와 영상 클릭 수를 높여야 그에 따른 광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유튜브는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유사한 성격의 현금성 아이템인 '슈퍼챗'을 도입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이든 소형 비디오카메라든 영상을 제작해 사이트에 올리면 누구나 개인방송을 할 수 있는 등 제작환경도 손쉬워 관련 시장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구도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어서 진행자 입장에선 한 사람의 시청자라도 끌어모으기 위해 더 자극적인 방송 아이템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음란 성행위와 도박 등 명백한 불법행위나 사회적 유해성이 뚜렷한 경우 방송진행자에게 이용 정지 등 제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인터넷 매체 자체가 표현 촉진적, 시장 자유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다소 눈살이 찌푸려지고 불편함이 느껴지는 소재라도 일일이 법의 잣대를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는 영상물을 반복적으로 올리거나 계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방송진행자에게 자율규제를 권고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인터넷 방송 모니터링단'을 발족한 방통심의위는 내달까지 불법 및 유해 인터넷 방송을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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