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빙상장 '얼음 장인' 배기태 "얼리는데 열흘…물만 90톤"

입력 2017-02-14 18:10  

강릉빙상장 '얼음 장인' 배기태 "얼리는데 열흘…물만 90톤"

쇼트트랙은 영하 7도, 피겨는 영하 3~4도로 최적 얼음

피겨용 얼음 5㎝ 얼리는데 200여 차례 얼리기 작업 .





(강릉=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얼음을 얼리는 데만 꼬박 열흘이 걸립니다. 물도 90톤이나 필요하구요."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누구일까.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람이 4대륙 대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강릉아이스아레나의 얼음을 책임지는 '아이스 테크니션(Ice technician)' 배기태(54) 씨에게는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배기태 씨는 4대륙 대회 첫 공식 훈련이 시작된 14일을 숨죽이며 기다렸다.

이달 초 얼음을 얼리기 시작해 열흘 걸려 얼음을 얼린 배 씨는 선수들에게 최적의 빙질을 제공하기 위해 꼬박 일주일을 밤샘 작업에 매달렸다.

배 씨는 국내 '아이스 테크니션' 가운데 최고 실력자로 손꼽힌다. 가장 얼음 얼리기 어렵다는 컬링이 그의 주특기다.

1980년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주자로 이름을 날린 배기태(52)와 동명이인이라서 가끔 헷갈리는 사람도 많다.

공교롭게도 배 씨는 배기태와 함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수 출신이다. 이 때문에 당시 대표팀에서는 '큰 기태'와 '작은 기태'로 불렸다.

배 씨는 '작은 기태'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표팀까지 함께 다니면서 17년을 동고동락한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배 씨는 졸업과 동시에 현역에서 은퇴했고, 2000년부터 '얼음 얼리기'에 입문했다.

배 씨는 선수로서 얼음에서 경기만 하다가 얼음 얼리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본격적으로 '아이스 테크니션'에 도전했고, 이제는 국내 일인자 자리에 올랐다.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쇼트트랙과 피겨가 함께 열린다. 쇼트트랙 얼음은 영하 7도, 피겨 얼음은 영하 3~4도로 유지해야 한다.

오전에는 피겨가, 오후에는 쇼트트랙이 열리게 돼 3시간 만에 빙질을 바꾸는 마법을 펼쳐야 하는 게 배 씨의 역할이다.

배 씨는 "지난 1월 피겨종합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쇼트트랙 빙질로 바꾸는 작업을 해봤다"며 "몇 차례 실험 끝에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강릉아이스아레나 빙상장의 얼음은 어떻게 얼릴까. 얼음을 얼리는 방식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얼음을 얼리는 데 쓰는 물은 약산성(PH 5~6)이어야 한다. 알칼리성이 강하면 얼음에 산소가 많아져 얼었을 때 공기층이 생기게 돼 얼음이 탁해지고 열전달도 여의치 않다는 게 배 씨의 설명이다.

얼음을 얼리는 데 필요한 물만 90톤에 달한다. 한꺼번에 물을 채워서 얼리는 것도 아니다. '적층(積層) 방식'이라고 해서 여러겹으로 얼음을 얼린다.

피겨용 얼음의 두께는 5㎝다. 한 번 물을 뿌려서 얼리는 얼음의 두께는 0.2㎜다. 5㎝의 두께를 만들려면 200차례의 얼음 얼리기 작업을 반복해야만 한다.

배 씨는 "24시간 작업을 해도 하루에 1㎝ 높이의 얼음만 만들 수 있다"며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열흘 동안 얼음을 얼렸다"고 설명했다.

얼음이 7~8㎜ 정도 얼면 회색의 특수 페인트를 칠한다. 피겨를 '은반(銀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얼음 두께가 1㎝까지 되면 대회 로고를 그려 넣는다.

배 씨는 "하루 14시간씩 일할 때도 있지만 대회 성공 개최를 생각하면 피곤하지 않다"며 "선수들이 빙질에 만족하며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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