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검출 발표 1주년…국내 연구환경 여전히 '열악'

입력 2017-02-18 07:00   수정 2017-02-18 10:55

중력파 검출 발표 1주년…국내 연구환경 여전히 '열악'

해외선 연구경쟁 치열한데 한국은 연구비 지원 '제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1년 전 과학사를 빛낸 중대 발표가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 과학협력단은 작년 2월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쌍성계 블랙홀이 충돌하는 과정에 나온 중력파를 실제로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중력파는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충돌처럼 질량이 큰 천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렁임이다.

연구진은 작년 6월에는 두 번째 검출을 공식 발표하며 중력파 검출이 가능함을 공고히 했다. 중력파 검출은 일반상대성이론의 검증이라는 의미가 있어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각각 2016년의 최고 성과로 이를 꼽았으며, 연구진에게 노벨상이 돌아갈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중력파 검출에는 한국 연구진의 역할도 컸다.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대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단장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2009년부터 이 연구에 참여해왔다.

18일 이형목 교수에 따르면 한국 연구진은 라이고 실험 자료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기여했으며 데이터에 섞인 잡음과 신호를 분리하는 알고리즘 연구를 진행했다. 또 중력파 검출기를 디자인할 때 어떤 천체가 어떻게 관측될지 예상하고 이에 대한 확률을 알리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연구진 중 14명은 '브레이크스루 상'(The Breakthrough Award)과 '그루버우주론상'(Gruber Prize in Cosmology)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 환경은 열악했다. 이들이 받은 정부지원은 2011∼2013년 글로벌리서치네트워크(GRN) 사업비 3억원이 유일했다. 다른 연구 인프라나 예산을 받지 못했던 건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기의 발견'을 하고 1년이 지난 현재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중력파 연구에 관심 있는 연구자는 많은데, 국내에서 실험 기반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로운 연구는 투자받기가 어려운 게 우리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중력파 연구는 지식의 진보를 위한 기초연구인데, 국내에서도 이런 연구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지만, 관련 연구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빛이나 전파로는 보지 못하던 우주를 '중력파'로 연구하는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분야가 새로 열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독자적인 중력파 검출기인 '카그라'(KAGRA)를 짓고, 이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카그라의 연구책임자인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도쿄대 교수는 작년 10월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하에 있는 카그라는 지구 진동으로 생기는 잡음을 1/10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며 "최근 중력파를 검출한 라이고보다 더 정밀하다"고 자랑스레 말하기도 했다.

유럽우주국(ESA)은 중력파 관측탐사선인 'eLISA'를 2034년 쏠 예정이고, 중국 역시 이런 검출기를 우주에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경쟁 속에 한국은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 시스템 부재 속에 남의 성과를 구경만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다만 최근 KISTI, 수리과학연구소 등의 연구원들이 중력파 검출기 개발과 관련된 융합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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