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늙어본' 사람이 '처음 늙어보는 사람에게' 주는 조언

입력 2017-02-23 09:21  

'먼저 늙어본' 사람이 '처음 늙어보는 사람에게' 주는 조언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국의 '잘 나가던' 언론인이자 정치 칼럼니스트였던 마이클 킨슬리는 1993년 42세의 나이에 파킨슨병을 선고받았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노화와 비슷하다. 손이 떨리고 몸이 경직돼 움직임이 둔해진다. 정신도 깜빡깜빡한다.

남들보다 '먼저 늙어본' 킨슬리는 이후 20여년간 투병하며 얻은 깨달음을 '처음 늙어보는 사람들에게'(책읽는수요일 펴냄)에서 알려준다.

노화와 죽음을 다룬 책들은 많지만 킨슬리는 특히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며 은퇴가 시작된 동년배 '베이비 붐' 세대에게 '잘 늙는 법'에 대해 조언한다.

1946∼1964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연령대이자 가장 부유한 연령대다. 그만큼 치열하게 경쟁해온 세대에게 킨슬리는 마지막 경쟁을 주문한다.

그가 말하는 마지막 경쟁은 '명성'(fame)이 아닌 '평판'(reputation)을 위한 것이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도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살아있었던 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죽어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베이비 붐 세대들이 벌이는 최후의 경쟁은 '얼마나 화려하게, 얼마나 오래 사느냐, 얼마나 명철한 정신을 유지하며 사느냐'가 아니라 더 긴 시간인 사후의 시간 '어떤 평판'을 얻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킨슬리의 논리다.

그러나 개인으로서 죽어서도 오랫동안 좋은 평판을 누리는 것은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킨슬리는 대안으로 '세대로서의 평판', 즉 다음에 올 세대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자고 제안한다. 한 개인은 죽어서 소멸하지만 세대로서는 오래 살아남아 후손들에게 좋은 유산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후손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인생의 마지막 챕터를 어떻게 장식할지 고민하다 보면 노년을 다른 눈으로, 다른 체험으로 겪게 될 수 있다고 본다.

'혼자만의 외딴 섬에서 탈출하라'는 조언도 있다.

노년이 될수록 외로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을 때 '노인들은 어쩔 수 없어'라는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자기 자신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노년의 자존심을 어디서 구해야 할까. 나는 세대로서의 연대와 책임에서 찾는다. (중략) '홀로'가 아니라 '함께' 노년을 겪어가는 것, 개인이 아닌 세대로서의 평판에 신경쓰는 것, 이것이 노년을 현명하게 맞는 방법이라고 나는 믿는다."(178쪽)

이영기 옮김. 200쪽. 1만2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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