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몰락한 의사…심리스릴러 '해빙'

입력 2017-02-24 17:50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몰락한 의사…심리스릴러 '해빙'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내과 의사 승훈(조진웅)은 거액의 사채를 끌어다 강남에 개업했던 병원이 망하자 아내와 이혼한 뒤 홀로 경기도의 한 신도시로 이사 온다. 선배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에 월급의사로 취업한 승훈은 내시경 검사를 도맡아 한다.

어느 날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집주인의 아버지 정노인(신구)이 내시경 검사를 하러 병원에 오고, 정노인은 수면 내시경 도중 "팔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호대교에…"라고 내뱉는다.

치매에 걸린 정노인의 살인 고백 같은 말을 혼자 들은 승훈은 그때부터 의심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승훈이 이사 온 신도시는 15년 전 미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이 지역에 때마침 살인사건도 다시 발생한다.

승훈은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정 노인(신구)과 성근(김대명)의 모든 행동이 수상하기만 하다. 정육점 냉장실에 매달린 고깃덩어리, 핏물이 흐르는 도마, 검은 봉지에 쌓인 물체까지 살인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의심은 의심을 낳고, 두려움은 마침내 공포로 돌변해 그를 옥죈다. 그러던 중 자신을 찾아온 전처마저 실종되자, 그의 심증은 확신으로 바뀐다.

'해빙'은 주인공 승훈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며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심장을 조였다 폈다 한다. 승훈의 악몽과 기억, 현실을 오가며 전개돼 앞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한다.

베테랑 연기자 조진웅은 흔들리는 눈빛, 떨리는 입술 등 섬세한 내면 연기로 승훈의 심리적 변화를 스크린 밖까지 전달했다.

영화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답게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면서도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때때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영화 기법도 차용했다.


살인사건의 전모는 승훈에게 유난히 친절했던 집주인 성근(김대명), 여러 개의 명품백을 매일 번갈아가며 매는 간호조무사 미연(이청아), 정체불명의 전직 형사 경환(송영창)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나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출 때는 또 다른 반전에 무릎을 치게 된다.

장편 데뷔작 '4인용 식탁'(2003)으로 스릴러 장르에 재능을 보여준 이수연 감독이 1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 감독은 꽃피는 봄에 한강에 가장 많은 시체가 떠오르고, 사람들이 수면 내시경 도중 저도 모르게 비밀을 고백한다는 기사를 본 뒤 영화 소재를 떠올렸다고 한다.

영화는 한때 잘나가는 강남 개업의였지만, 신도시의 월급의사로 전락한 승훈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 중산층의 몰락을 보여준다.

이 감독은 24일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은 뒤 한국 사회에서 계층이동의 사다리는 무너졌고, 한 번의 실패는 영원한 계층 추락으로 이어져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람들의 영혼을 잠식해가고 있다"면서 "한 중년남성의 몰락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안을 포착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해빙'은 최근 개봉한 '싱글라이더'(이주영 감독), 지난해 11월 공개된 '미씽: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와 공통분모를 가졌다.

장르는 각각 다르지만, 세 작품 모두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섬세하고 절제된 연출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최근 남성 위주의 한국영화들과 결을 달리한다.

또 '싱글라이더'는 성공과 출세만을 위해 달리던 증권회사 지점장의 몰락을, '미씽:사라진 여자'는 워킹맘의 고단한 현실을 다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중산층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씽:사라진 여자'는 개봉 당시 115만 명을 불러모았고, '싱글라이더'는 지난 22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3월 1일 개봉하는 '해빙'도 흥행에 성공할 경우 국내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의 입지도 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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