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국립 vs 시립' 논란

입력 2017-02-26 08:30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국립 vs 시립' 논란

3·1운동 타전 美특파원 집 '딜쿠샤' 복원은 순항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추진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사업이 '위상' 문제로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념관 부지 확보를 위해 시유지와 국유지를 맞바꾸는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핵심은 기념관 건립을 국가사업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같은 취지로 추진 중인 '딜쿠샤' 복원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딜쿠샤는 3·1 운동과 제암리 사건 등을 전 세계에 알린 미국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 부부가 살던 집이다. 이를 복원해 2019년 3·1절 일반에 개방하겠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 "임시정부 위상 고려해 국가 시설로 건립해야" vs "시립으로 건립해도 지원"

26일 서울시, 국가보훈처,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임정 수립 100주년인 2019년에 맞춰 기념관을 세우기 위해 서울시와 건립위가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선 반면, 보훈처를 주무 부서로 하는 정부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보훈처는 작년 말 임정 기념관 건립을 위한 기본용역을 마쳤다.

용역 보고서는 서울 서대문구의회 자리에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임정 관련 사료 등을 전시하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등 전반적인 기념관 건립·운영 방안도 제시했다.

기념관 부지로 꼽힌 서대문구의회 터는 토지 소유주인 서울시가 이미 기념관 건립을 위해 내놓은 상태다. 이를 위해 구의회 이전 비용 등 예산도 올해 배정했다.

그러나 기념관을 국립 시설로 짓느냐 시립 시설로 짓느냐를 놓고 서울시·추진위와 정부 간 이견이 있어 건립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서울시와 건립위는 우리 헌법이 그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힌 임시정부의 위상을 고려해 기념관을 국립 시설로 짓는 게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건립 후 관리·운영도 당연히 국가가 맡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념관을 굳이 국립 시설로 추진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시나 건립위가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면 이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법규상 국유지에 임정 기념관을 지으면 국가가 관리하는 국립 시설이 되고, 시유지에 지으면 시립 시설이 된다.

이 때문에 시는 현재 시유지인 서대문구의회 땅을 국유지로 만든 뒤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현행 공유재산법과 국유재산법은 기관 간 행정재산을 교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시는 작년 공시지가 기준 120억원 상당인 서대문구의회 5천695㎡와 중랑물재생센터와 동작구 수도자재관리센터에 흩어져 있는 맹지 1만 2천45㎡(120억원 상당)를 교환하자고 보훈처에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작년 초부터 이미 이런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고, 작년 12월2일 정식 공문까지 보냈지만, 보훈처는 기재부가 토지 교환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훈처는 시유지에 먼저 기념관을 지어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행법상 이는 불법 행위여서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건립위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기념관 건립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019년 건립을 위해 건립위가 없는 살림을 쪼개 건축물 설계 등이 반영된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현실적인 건립 비용 등도 문제지만, 임시정부 기념 시설을 시립으로 지어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격과 위상의 문제"라며 "정부가 국가사업으로 인식해 적극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보훈처는 나름의 스케줄대로 기념관 건립을 차근히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 타당성 조사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3·1운동 세계 타전한 美특파원 집 '딜쿠샤' 2019년 3월 공개

임정기념관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딜쿠샤 복원은 속도를 내고 있다.

종로구 행촌동에 자리 잡은 딜쿠샤는 힌두어로 '희망의 궁전', '이상향'이라는 뜻을 가진 서양식 벽돌 건물이다.

1923년 빨간 벽돌로 건축한 딜쿠샤는 1942년 테일러 부부가 일제 협박으로 미국으로 추방될 때까지 약 20년간 사용했다.

앨버트 테일러는 3·1 운동을 전 세계에 타전하고,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제암리 학살 사건을 취재해 세상에 처음으로 타전한 인물이다.

스코필드·언더우드와 함께 조선 총독을 찾아가 일본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에 항의하기도 했다.

딜쿠샤의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2001년부터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2006년에는 문화재청이 등록 계획을 예고했지만, 주민 무단점유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다.

딜쿠샤에는 작년까지 12가구 23명이 불법으로 거주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임대주택 알선 등 노력으로 3가구를 이주시키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9가구 가운데 2가구가 다음 달 퇴거할 계획이다. 7가구 중 연락두절, 해외·지방 거주 등으로 실제 거주 가구는 2가구인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이주 노력을 기울이되, 명도소송 등을 통해서라도 다음달까지는 공간을 확보해 복원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이달 8일 문화재청에 딜쿠샤에 대한 국가등록문화재 신청을 냈다. 심사 등을 거쳐 3∼4개월 후면 지정이 완료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건물 보수 등에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지난해 2차례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제니퍼 테일러에게 딜쿠샤 관련 사진, 회화, 도서, 의상, 공예품 등 총 508점을 기증받았다.

특히 딜쿠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앨범과 자료 등을 바탕으로 복원 이후 딜쿠샤를 어떻게 꾸밀지 구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달께 주민 이주가 마무리되고 유물·자료 정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3·1 운동 100주년인 2019년 3월1일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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