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의 제자들이 들려주는 '깨달음의 노래'

입력 2017-02-27 14:56  

석가모니의 제자들이 들려주는 '깨달음의 노래'

'테라가타'·'테리가타' 첫 직역·완역본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석가모니 제자들의 깨달음을 노래한 팔리어 경전 '테라가타-장로게경'와 '테리가타-장로니게경'의 직역본이 국내 최초로 번역·출간됐다.

'테라가타'와 '테리가타'는 각각 부처의 첫 제자들인 비구 260여 명과 비구니 100여 명의 오도송(悟道頌)을 기록한 책으로 기원전 3세기께 완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두 책은 부처의 가르침을 찬탄하는 게송(偈頌)과 전생·현생의 인연담을 기록한 주석으로 구성돼 있으며, 게송을 포함한 주석이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책을 완역한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처님 제자들의 삶의 스토리가 모두 담긴 책"이라며 "당대의 비구와 비구니들이 어떤 계기로 출가를 결심하고 어떤 고난을 겪었으며 어떻게 좌절을 극복했는지가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테라가타'는 260여 명의 비구가 읊은 총 21장 1천291수의 게송으로 구성돼 있다.

전 회장은 이 책에 대해 "부처님의 그늘에 가려진 부처 제자들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부처님 열반 후 경전 결집을 주도했던 마하가섭은 완고하고 고집스러운 원칙주의자로 알려졌지만 '테라가타'에서는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처소에서 내려와서 나는 시내로 탁발하러 들어왔다./ 음식을 먹고 있는 나병 환자를 보고 공손히 그의 곁에 다가섰다. / 문드러진 손으로 그는, 나에게 그의 음식 일부를 건넸다./ 음식의 일부를 발우에 던질 때 그의 손가락도 그곳에 떨어졌다."

한센인에게 보시를 받는 순간을 노래한 이 게송에는 마하가섭의 인간애와 자비심이 묻어난다. 또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게송에서는 탁월한 서정시인으로서의 면모도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테라가타'에는 수행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와 승단과 사회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으며 이를 통해 부처의 가르침을 전해 들을 수 있다.




비구니 100여 명이 읊은 총 16장 522수의 게송으로 구성된 '테리가타'는 여성 수행자들의 게송만을 묶었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수많은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비구니들의 노래만을 담은 경전은 극히 드물다.

전 회장은 "'테리가타'는 당시 여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질곡의 삶과 수행과정이 담겨 있다"며 "인류 역사에서 여성철학자들이 남성들과 당당히 깨달음을 논하고 이를 시 형식을 빌려 기록한 최초의 철학서이자 당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역사서"라고 소개했다.

일례로 끼사 고따미라는 비구니는 '테리가타'에서 "연약한 여자들이 목을 자르고, 독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살모(殺母)의 아이가 모태로 들어가면, 둘 다 죽음을 겪기도 한다"며 당대 여인들이 처한 고통을 노래한다.

또 비자야라는 비구니는 "마음의 적멸(寂滅)을 얻지 못하고, 네 번인지 다섯 번인지 나는 승원을 뛰쳐나왔었다"라고 고백한다. 이어 그런 난관을 극복하면서 "희열과 행복이 나의 몸에 스며들었다. 어둠의 다발이 부수어졌다"고 깨달음의 순간을 노래한다.

전 회장은 "인생의 고(苦)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몸부림과 치열한 수행으로 열반을 성취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며 "약 2천500년 전 수행자들의 진솔한 시(詩)가 깊은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독일 본 대학에서 인도학 및 티베트학을 공부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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