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혼도 광복 원해" 100년전 러시아서 잠든 '헤이그밀사'

입력 2017-03-01 08:10  

"원혼도 광복 원해" 100년전 러시아서 잠든 '헤이그밀사'

이상설 선생 2일 순국 100주년…유해 수이푼강에 뿌리고 유품 불살라

고향 진천서 독립정신 재조명 '한창'…기념관 건설·평전 발간 추진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100년 전인 1917년 3월 1일 연해주(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에서 투병 중인 '대한제국'의 한 독립운동가는 죽음을 예감한 듯 동지들을 불러모았다.

비장한 표정으로 나지막이 유언을 전했다.




"동지들은 합세해 조국 광복을 기필코 이룩하라. 나는 조국 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니 어찌 고혼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은 모두 불태우고 그 재도 바다에 날린 후 제사도 지내지 말라"

그는 이튿날인 3월 2일 생을 마감했다. 동지들은 유언에 따라 그의 시신을 화장해 유해를 수이푼 강에 뿌리고, 그의 문고(文藁)와 유품도 모두 불살랐다.

1907년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밀사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된 보재 이상설(1870∼1917) 선생은 그렇게 머나먼 이국땅에서 조국 광복을 염원하며 생을 마감했다.

그는 1904년 일제가 '황무지 개척권'을 요구하자 그 부당성을 알리는 상소문을 만들고, 대한협동회를 조직해 전국적인 항일운동에 나섰다. 독립을 향한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일제의 탄압이 날로 극심해지자 1906년 중국으로 망명해 지린성(吉林省) 룽징(龍井)에 민족교육의 요람인 서전서숙을 세웠다.

이듬해 '헤이그 밀사'로 파견됐지만, 일본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자 유럽과 미국을 순회하며 독립운동을 펼쳤다.

1909년 연해주 봉밀산(현재 중국 해이룽장성 미산시)에 최초의 무장 독립운동기지를 건설했고, 이듬해 13도의군을 편성해 최초의 망명정부 수립을 시도했다. 이곳은 당시 한흥동(韓興洞)으로 불렸다.

그 뒤 1914년 이동휘·이동녕 선생과 망명정부인 대한광복군정부를 세웠고, 1915년에는 박은식·신규식 선생 등과 함께 신한혁명당을 조직해 중국과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중심으로 독립활동을 펼쳤다.

보재 선생은 그동안 '헤이그 밀사'의 일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서거 100년을 맞아 고향인 충북 진천을 중심으로 그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진천군 향토사 연구회는 평전을 펴내고, 이상설 기념사업회는 이상설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영문판 만화책과 스토리텔링 북, 소설책 등을 출간할 예정이다. 만주와 연해주 일대의 독립운동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도 중국 옌볜 작가협회 등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진천 혁신도시에는 그가 중국에 세웠던 서전서숙의 이름을 딴 서전고등학교도 올해 3월 개교했다.

이상설 선생 기념사업회는 4월 22일 진천 숭렬사에서 순국 100주년을 맞아 선생의 넋을 기리고, 기념관 건립 범국민운동의 성공적 추진을 기원하는 추모행사를 거행하기로 했다.

이날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전국 시낭송대회, 전국 한시 백일장대회 등도 펼쳐진다.

오는 6월에는 해외 독립운동과 이상설 선생의 항일 활동을 재조명하는 전국학술대회와 강연회 등이 열린다.

광복절인 8월 15일을 전후해서는 그가 항일운동의 거점으로 만들었던 중국 해이룽장성 미산시 한흥동에 독립운동 기념비를 건립한다.

그의 생가가 있는 진천읍에는 95억원을 들여 2만4천여㎡ 터에 연면적 3천700여㎡ 규모의 기념관을 2019년 4월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기념사업 이연우 이사는 "보재 선생은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조국의 광복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며 "비록 유해는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순국 100년을 맞아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b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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