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과학, 유전자…그 내밀한 역사"

입력 2017-03-04 08:57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과학, 유전자…그 내밀한 역사"

신간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20세기에 인류를 불안에 떨게 한 세 가지의 과학 개념이 있다. 원자(atom), 바이트(byte), 그리고 유전자(gene)다.

이들은 물질, 정보, 생물의 최소 단위로 세상 만물의 작동 원리를 밝혀줄 비밀의 열쇠와 같다. 이 열쇠를 손에 쥐자 인류는 과거 상상할 수 없었던 자연에 대한 통제력을 갖게 됐다.

과학과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으며 문화, 사회, 정치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낳았다. 인류는 희망에 들떴지만 다른 한편으론 스스로 세계와 행복을 영영 파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신간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까치 펴냄)는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하면서 가장 위험한 개념 중 하나인 유전자의 탄생과 성장 과정, 그리고 그 영향과 미래를 살펴본다.

과학서지만 흥미롭게도 이야기는 저자의 내밀한 집안의 비밀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에게는 조현병(정신분열증) 때문에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사촌 형과 극심한 조울증인 양극성 장애와 조현병을 앓다 세상을 떠난 두 명의 삼촌이 있다.

이런 가족력 때문에 저자는 성장기 불안에 떨며 방황했고, 아내에게 결혼 고백을 할 때도 가족력을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유전, 병, 정상 상태, 가족, 정체성은 단 하루도 내려놓지 못하고 평생을 씨름하는 화두가 됐다.

저자는 인도 출신의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암 전문의인 싯다르타 무케르지로 2011년 전작인 '암: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저자는 "암이 우리 정상 자아의 일그러진 변이체라고 한다면, 우리 정상 자아의 일그러지지 않은 변이체를 만드는 것은 유전자"라는 점에서 이 책이 '암:만병의 황제의 역사'의 전편(前篇)이라고 소개한다.

책은 1864년 그레고어 멘델이 완두콩 실험으로 유전의 법칙을 처음 발견한 모라비아의 작은 수도원에서부터 토마스 모건의 초파리 실험, 제임스 왓슨의 DNA 이중나선 규명, 유전자 클로닝 기술, 그리고 2015년 등장한 계산유전체학과 유전체공학 기술까지 150여 년에 걸친 유전학의 궤적을 추적한다.

인류는 이제 자연이 준 명령문을 읽을 뿐 아니라 쓸 수도 있게 됐다. 인간의 유전자를 정밀하게 변형시키는 '유전자 편집' 기술 덕분에 암, 조현병 등 불치병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류가 갖게 된 새로운 능력은 동시에 새로운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전적 취약성을 미리 걸러내고 유전적 성향을 변형한다면 "질병은 서서히 줄어들겠지만, 정체성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슬픔은 줄어들겠지만 친절함도 줄어들 것이다.…질병은 사라지겠지만, 감수성도 사라질 것이다."

이한음 옮김. 685면. 2만5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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