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란다"…영화 '토니 에드만'

입력 2017-03-07 11:24  

"딸아,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란다"…영화 '토니 에드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여기서는 좀 행복하니?" (아버지) "행복은 너무 거창한 말이에요." (딸)

아버지와 딸의 대화는 겉돌고, 수시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한 달간 휴가를 냈다는 아버지의 말에 딸은 반가운 척도 못 하고 말문을 닫는다. 독일 영화 '토니 에드만'은 유머와 장난이 일상인 아버지와 일 중독인 딸이 오랜만에 만나 잠시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오랫동안 키워온 반려견이 죽자 상심에 빠진 아버지는 휴가를 내고 루마니아에서 일하는 딸을 찾아온다. 아버지는 장난이 심하다. 셔츠 주머니에 가짜 뻐드렁니를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입에 넣었다 뺐다 하며 변장을 한다. 여기에 장발 가발은 기본 세트다.

아버지의 장난은 때로 도를 넘는다. 딸의 직장과 업무 미팅까지 찾아와 결국 딸의 중요한 업무를 망쳐놓는다.


딸은 잘나가는 컨설턴트다.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고 머릿속에는 온통 일 생각뿐이다.

아버지는 그런 딸이 행복해 보이지 않고, 딸은 장난만 치는 아버지가 한심하기만 하다.

자신을 냉대하는 딸에게 아버지는 결국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라고 내뱉고, 딸은 "아버지는 인생에 장난 말고 다른 계획이 있기나 하세요?"라며 맞받는다. 서로 모진 말을 주고받으며 헤어지지만, 아버지는 그 뒤에도 컨설턴트나 독일 대사 등을 사칭하며 딸의 주변을 계속 맴돌아 딸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영화는 티격태격하는 부녀의 일상을 따라가며 가족과 행복이라는 주제를 풀어놓는다. 부녀간 갈등이라는 흔한 소재이지만, 독창적인 유머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특별한 영화로 완성됐다. 웃음과 묵직한 감동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가족영화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중간에 의외의 파격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딸과 남자친구간의 과감한 성적 묘사나 파티에서 딸이 동료들과 마약을 하는 장면, 직장 팀원들 간의 화합을 위해 나체 파티를 여는 장면까지. 이런 장면들은 아버지가 몰랐던 딸의 이면을 보여주는 장치들로 사용된다.

딸에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삶의 유머를 일깨워주려는 아버지의 접근 방식은 투박하고 서툴지만, 진심은 결국 통하기 마련이다.


딸은 아버지의 강권에 못 이겨 아버지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사람들 앞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을 열창한다. 급기야 자신을 옥죄던 스커트를 벗어 던지고 나체로 직장 동료들을 맞는다. 두 장면 모두 성공에 대한 집착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딸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포스터에는 딸이 털북숭이 괴물과 포옹하는듯한 장면이 담겨있다. 아버지가 딸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불가리아 도깨비인 '쿠케리' 탈을 쓴 모습이다. 무거운 탈을 벗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잔디밭에 누운 아버지를 보고 있노라면 딸에 대한 사랑이 전해져 가슴이 먹먹해진다.

2006년작 '레퀴엠'으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산드라 휠러와 독일의 연기파 배우 페터 시모니셰크가 부녀로 출연했고, 독일의 여성 감독 마렌 아데가 연출을 맡았다.

제69회 칸 영화제 비평가상 수상을 시작으로 해외 비평가협회상의 외국어 영화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나리오에 반한 연기파 배우 잭 니컬슨이 주연을 자청하며 미국 파라마운트사에 리메이크를 제안,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나체 장면 등 삭제 없이 2시간 42분 원래 버전으로 상영된다. 청소년관람 불가. 3월 16일 개봉.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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