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까지도 탄핵 찬반 진영은 각기 세를 과시하며 헌재를 압박했다. 전날부터 헌재 부근에서 노숙 농성을 벌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재판관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 '탄핵 각하' 구호를 외치는 등 종일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 국민 행동(퇴진행동)'도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집회를 열고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헌재 방향으로 행진한다. 헌재 선고에서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지 않고 저항하겠다는 목소리까지 양 진영에서 나온다고 한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든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이날 서울지역에서 을호 비상을 발령했고, 선고 당일에는 최상위 경계태세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지금 분위기로는 탄핵 선고 이후에도 국민적 화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헌재의 최종결정이 갈등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이 돼서는 국가의 장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권과 종교계에서는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국민화합을 이루자는 호소가 잇달았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주교회의 의장 명의로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헌법에 입각한 헌재의 공정한 판결을 수용하는 일은 진정한 민주주의 성숙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대표회장 명의 호소문에서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는 치열한 대립이 있었다 할지라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헌재 결정 존중과 국민화합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 주요 중진 의원들과 회동한 후 기자들에게 "모두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통합된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견해가 자유롭게 표출되는 건 그만큼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표다. 그 과정에서 지나치지 않은 대립과 반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생각이 각기 다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촛불'을 든 사람도, '태극기'를 든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애국심의 발로였다고 본다. 일부 증오와 갈등이 과도히 표출된 경우도 그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헌재 재판관들도 법과 양심에 따라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어떤 결론이 나든 우리는 그 결정에 따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헌재 결정이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순 없다. 이젠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할 때다. 어떤 결과든 승복하겠다는 마음으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운명의 날'을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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