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며 배웠어요" 연대 행시 합격생이 전한 '나눔의 미학'

입력 2017-03-13 08:31  

"가르치며 배웠어요" 연대 행시 합격생이 전한 '나눔의 미학'

김윤도씨, 튜터링으로 후배 가르친 과목 점수 60→91.33 상승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처음엔 그냥 시간 내서 해준다는 생각이었는데 남을 가르치려 하다 보니 예전에 간과했던 것들이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후배들의 공부를 돕고자 시작한 일이 더 큰 가르침으로 돌아왔다.

13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학교 토목공학과 김윤도(26)씨는 남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더 많이 배워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 기술직 합격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제가 창설에 참여한 학술 동아리 후배들의 요청으로 튜터링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튜터링은 학부 교과목 학습 향상을 위해 해당 과목 지식을 지닌 '튜터'와 이를 배우려는 '튜티'가 짝을 이뤄 함께 공부하도록 하는 일종의 학습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다. 연세대 교무처 산하 OSE센터가 운영한다.

김씨는 "부담이 컸지만 친한 후배들의 요청이기도 했고, 제가 평소 공부한다고 다른 일은 하지 않는 이미지가 아니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며 웃었다.

김씨가 튜터로 나선 과목은 기술직 시험 과목인 '토질역학'이다. 김씨는 "건축물을 세우거나 도로를 깔 때 기반이 되는 땅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물리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라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김씨에게 부담 속에 시작한 튜터링은 혼자 공부할 때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김씨는 "혼자 공부하면서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많더라"며 "튜티인 후배가 '그건 왜 그러냐'고 물어봐서 내가 제대로 이해 못 했던 것을 깨달은 적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기본을 가르치려고 내용을 정리하고 설명해주다 보니 토질역학의 기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5급 기술직 공채 시험에 처음 응시한 것은 2015년이다. 당시 객관식 1차 시험엔 합격했지만, 서술형 2차 시험에서 토질역학 점수가 60점에 그쳤다고 한다.

50점대 초반을 받은 측량학과 함께 토질역학이 문제였다. 측량학은 애초에 전국 1등이 70점대였기에 90점대를 받아야 1등을 할 수 있던 토질역학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김씨의 경우 토질역학 점수가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셈이다.

김씨는 "그때 2차 관문을 넘지 못한 이후 고시 포기를 생각했지만, 2016년도 시험을 다시 보기로 했고 그해 1학기에 튜터링을 요청한 후배들과 뜻을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도전인 2016년도에는 전국직 대신 고향인 인천 지방직에 응시했다. 당시 인천 지방직은 오직 1명을 뽑는 자리여서 1등 외엔 모두 탈락이었다.

김씨는 "만약 전국직으로 계속 응시해 붙었더라면 세종시 등 타지 생활을 해야 했을 수도 있고 고시 공부도 힘들었던 터라 다른 길도 생각하고 있었다"며 "인천 직렬 공고가 난 것을 보고 한 번만 더 도전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덤빈 두 번째 응시에서 토질역학 과목 91.33점을 받았다. 전년도 대비 30점 넘게 오른 취약 과목 점수와 함께 김씨는 공무원의 자격을 얻었다.






김씨는 지난 2월 졸업했다. 5월부터 연수원 생활을 하는 김씨는 현재 입소 전 과제인 '공무원으로서의 다짐' 영상을 만들고 있다.

김씨는 "튜터링에서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 가르치는 것은 발전할 기회"라며 "나눔의 과정에서 받은 힘을 잊지 않고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깨끗하게 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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