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은 '원조 블랙리스트' 예술가로 볼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실제 '윤이상평화재단'이 올라있다. 이 때문에 매년 가을 그의 고향 경남 통영에서 열려온 '윤이상국제콩쿠르'가 좌초 위기에 놓일 뻔하기도 했다.
그는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이념 논쟁에 계속 시달려왔다.
재독 동포 오길남에 대한 탈북권유 논란, 북한 정권의 윤이상 추대 등까지 겹쳐지며 그의 음악은 한국 땅에서 제대로 연주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고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진작부터 그를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세계적 현대음악가로 평가해왔다.
그는 유럽 현대음악의 첨단 어법으로 한국적 음향을 표현하는 데 도전했으며 작품 속에 동양의 정중동(靜中動·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의 원리를 녹여내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윤이상 평전-거장의 귀환'(삼인 펴냄)의 저자 박선욱 씨는 "윤이상은 남한과 북한, 동양과 서양의 두 세계에 몸담아온 특이한 존재였다. 그는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 사이를 거닐었다. 뿌리와 과정이 다른 두 세계의 문화 사이에서 사유의 뜨락을 넓혀나갔다. 빛깔과 무늬가 서로 다른 동양과 서양의 음악 사이에서 창조의 고뇌를 끌어안은 장인 기질의 소유자였다"라고 평가한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이상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국내 음악계에도 뚜렷하다.
우선 오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경남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시 일원에서 열리는 '2017 통영국제음악제'는 그의 음악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음악제 첫날 개막공연에서는 첼리스트 니콜라스 알트슈태트가 윤이상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빈 필하모닉 앙상블은 윤이상의 '밤이여 나뉘어라'를 연주한다. 음악학자 윤신향에 따르면 이 곡은 작곡가가 경험한 무속 의식이 음향적 환상으로 표현된 것이다.
최수열의 지휘로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윤이상의 '8중주'를 연주하고, 오보이스트 잉고 고리츠키 등 윤이상 작품에 조예있는 독일 연주자들로 짜인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은 윤이상의 '낙양(洛陽)' 등을 들려준다.
세계 최정상의 현대음악 현악사중주단 아르디티 콰르텟은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3번과 4번을 무대에 올린다.
윤이상의 오페라 '류퉁의 꿈'도 감상할 수 있다.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가 이끄는 서울시향이 맡는 폐막 공연에서는 윤이상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연주된다.
통영 밖 이곳저곳에서도 윤이상 곡이 연주된다.
서울시향은 오는 24일 열리는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실내악 콘서트'를 통해 현대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두 작곡가 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를 추모한다.
윤이상 작품으로는 그의 '협주적 단장(短章)'이 연주된다.
윤이상 곡 연주에 애착을 보여온 첼리스트 고봉인은 오는 9월 14일 금호아트홀에서 윤이상 스페셜 무대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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