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씽크탱크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전략으로 시장 왜곡할 것"
EU상의 "보조금 스테로이드 맞은 中기업, 첨단기술도 과잉생산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중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등 각종 첨단산업 기술 굴기로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미국과 유럽연합(EU) 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 주도로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 2025년까지 10대 첨단산업 부문에서 기술 부품의 자급률을 현재의 0∼30%에서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
이 계획은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공급체인과 생산네트워크에서 가장 이익이 많이 나는 부문에 대한 통제권을 얻어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풀이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2015년 내놓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은 이번 달 3∼15일 열린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재차 강조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대규모 투자의 목적을 제시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가장 중요한 전쟁터로 과학기술분야를 지목한 바 있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베끼기 공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 세계의 페이스를 결정하는 대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게 FT의 예상이다.
이미 중국엔 미국의 구글, 이베이, 페이스북을 흉내 낸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BAT 삼총사'가 있다.
하지만 반도체나 AI, 로봇, 우주항공장비, IT, 전기차, 바이오 제약, 신재료, 철도운송장비, 농업 장비, 동력 장비 등 10개 첨단산업 부문에서 전방위적으로 중국 챔피언 기업을 키워내겠다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나아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독일 씽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 연구소는 이 계획이 (중국의 세계) 지배를 위한 정치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반이라며, 궁극적으로 중국은 글로벌 공급체인과 생산네트워크에서 가장 이익이 많이 나는 부문에 대한 통제권을 얻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이 계획과 관련, 여론에 호소를 하는 것은 경제와 국가 권력 외에 기술 부문의 경쟁력이 현대판 '슈퍼파워'를 구성하는 3대 축 가운데 하나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FT는 풀이했다.
미국의 IT정책 씽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로버트 앳킨슨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의회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 전략"이라며 "이는 시장을 연속적으로 왜곡시키고, 미국의 기술을 제멋대로 훔치고 넘겨달라고 강제하는 것을 포함한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개별 부문에 대해 이런 계획을 시행한 적이 있다.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반도체 수입에 들이는 돈이 더 많다는 데에 분노한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 분야에 인수·합병(M&A)자금과 보조금 형태로 1천500억 달러(168조 원)를 쏟아부었다.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2년간 기술 관련 인수합병에만 쏟아부은 돈도 1천100억 달러(123조 원)나 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메이드인차이나 2025 계획의 하나로 지난해 중국 내 대학 등 19곳에 국가데이터 랩을 설치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부문은 이 중 2곳의 설립에 참가했는데, 한 곳은 온라인 데이터 마이닝과 산업부문 클라우드 기반 프로세싱을 위한 곳이고 다른 한 곳은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쓰인다.
중국은 해외인재 영입도 파격적으로 진행한다. 중국 정부가 실리콘밸리나 보스턴의 인재들을 유치할 때 적용하는 해외인재영입 프로그램을 보면, 중국 정부는 인재 1인당 100만 위안(1억6천만 원)의 환영패키지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 배우자를 위한 일자리 등이 포함된다.
실제로 호주인 양자물리학자인 팀 바이른(39)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뉴욕의 연구직 자리를 버리고 상하이로 건너왔다. 그는 "양자물리학은 중국이 세다"면서 "최상위 그룹은 세계 어느 곳보다 훌륭하고, 어마어마한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동료들과 함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클 라스카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교수는 "이런 노력의 배경에는 토종 혁신이라는 개념이 있다"면서 "민간과 군사적 영역에서 골라낸 외국 기술을 정의하고 소화하고 흡수하고 새로 창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런 야심 찬 계획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전통 기술 강국들은 우려를 넘어 혐오감을 내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IT업계는 국가안보가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것과 중국 정부가 지급할 어마어마한 보조금이 불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가장 문제로 보고 있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중국의 정책은 혁신을 약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미국의 시장점유율을 끌어내리는 한편,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EU상공회의소는 메이드인차이나 2025계획이 중국산은 물론 외국산 시장점유율을 명시하고 있는 게 기이하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보조금이라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중국 국유기업들이 지난 20년간 철강산업 등 다른 산업에서 했던 것처럼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과잉생산을 할 것으로 우려했다.
존 코스텔로 플래시포인트 선임애널리스트는 "미국은 IT와 인터넷, 민간과 군사정보혁명의 발생지였다"라면서 "중국은 양자와 관련 기술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는 혁신의 중심지가 동쪽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