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용일까 심리전일까…北 난수방송 논란 증폭

입력 2017-03-25 04:00  

공작용일까 심리전일까…北 난수방송 논란 증폭

北 평양방송 9개월 간 총 30차례 방송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북한이 지난해 6월 24일 이후 남한 지역에 송출하는 난수(亂數) 방송의 실체와 목적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의 대외용 매체인 평양방송은 지난 24일까지 만 9개월 동안 남파공작원 지령용으로 추정되는 난수방송을 모두 30차례 내보냈다.

평양방송 아나운서는 오후 11시 45분(한국시각 12시 15분) 또는 오전 0시 45분(한국시각 오전 1시 15분) 등 비교적 한적한 시간대를 이용해 경음악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 등을 내보내고 나서 5자리 숫자조합을 불러주었다.

예를 들면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물리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다"며 "178페이지 99번, 78페이지 40번, 969페이지 42번…"이라는 식으로 숫자를 읽어 내려간 뒤 같은 내용을 한 차례 반복한 것이다.

과거 2000년 6·15년 남북 정상회담 이전까지 북한 당국이 남한에 암약하던 공작원들과 교신했던 난수방송 내용과 상당히 비슷한 패턴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평양방송을 통해 매일 밤 자정께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뒤 난수를 읽어 공작원들에게 지령을 내리곤 했다.

이에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공작원과의 교신보다는 남한 사회 내부에 불안을 조성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이거나 해외에서 활동 중인 공작원들의 해독훈련 차원에 난수방송을 하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원장은 "과거에는 매일 난수방송을 내보냈는데 최근처럼 9개월 동안 30차례 방송으로는 특정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다"면서 "난수방송은 최근 발달한 빅데이터를 사용하면 금방 해독되기 때문에 정보 분야에선 암호라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유 원장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북한 당국이 비밀 메시지를 영상이나 오디오 파일에 담아 전송하는 이른바 '스테가노그래피(Stegano Graphy)'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시대에 굳이 아날로그 방식(난수방송)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테가노그래피 방식은 실제로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수사 과정 등에서 공작원끼리 사용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유 원장은 과거 남파공작원 한 명당 10여 개 호출부호가 부여돼 교신한 점으로 미뤄볼 때, 평양방송이 9개월 내내 '27호 탐사대원' 또는 '21호 탐사대원'에게 메시지를 보낸 점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공작원과의 교신보다 심리전 차원에서 난수방송을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유 원장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에는 남파공작원들이 텔렉스를 사용해 주로 교신했는데 (최근처럼) 숫자조합을 난수방송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매일 지령을 내리지 않고 가끔 내보내는 패턴 역시 과거와 크게 달라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난수방송이 재방송되는 점 등으로 미뤄 실제 남파공작원 지령용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열린북한방송 대표를 지낸 하태경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심리전이라면 굳이 똑같은 내용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며 "북 공작원과 난수방송 전문가들에 문의한 결과, 지령 난수방송은 두 번 반복하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kh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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