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만든' 넥슨어린이재활병원'…대기환자만 400여명

입력 2017-03-26 08:15  

'시민이 만든' 넥슨어린이재활병원'…대기환자만 400여명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진료 개시 1년…"20억 적자지만 치료 더욱 확대할 것"

"누운 사람, 앉은 사람, 걷는 사람의 사회적 활동 범위는 전혀 달라"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푸르메재단이 시민, 기업, 지자체 지원을 받아 설립한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28일로 진료 개시 1주년을 맞는다.

26일 마포구 상암동 이 병원에서 만난 고재춘 기획조정실장은 "적자가 20억원 났고, 대기환자가 400명이 넘는다"는 말로 지난 1년의 병원 운영 결과를 요약했다.

고 실장은 장애인 복지 업무를 하다가 2011년 푸르메재단에 합류해 병원 설립 조사, 설계, 건축 등을 지켜보며 병원 탄생의 거의 모든 과정에 관여했다.

그는 "병원 하드웨어는 80점이고 소프트웨어는 70점"이라며 "아직 희망 환자를 모두 입원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아이들이라서 성인 환자와 달리 무조건 치료사가 1대1로 붙어야 하고 치료사는 최저 3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며 "아이의 재활은 정말 노동집약적인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이 병원은 명칭에 붙은 기업 넥슨이 200억원, 서울시가 85억원을 지원했고 마포구가 부지를 제공했다. 특히 시민 25만 명의 직·간접적 참여를 추가해 총 430억원이 모여 지어졌다. 지난해 3월 28일 첫 환자를 진료했다.

현재 재활의학과, 정신과, 치과, 소아청소년과 등 의사 9명에 치료사 79명, 간호사 16명 등 의료진 104명이 일한다.

고 실장은 "의료 인력만 150명은 있어야 하는데 모자라 아직 입원실을 모두 열지 못한 상태"라며 "감가상각을 제외하면 1년간 적자가 2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재정적 압박 때문에 병원 전체 공간 활용률은 70%선에 그친다.

고 실장은 "대개 의료진을 예상 수요의 80∼90%에 맞춰 채용하고서 시작해야 하는데 우리는 예산 문제로 실제 환자 숫자에 맞춰 채용하는 식으로 해왔다"고 전했다.

환자들이 다니지 않는 건물 3층은 낮에는 복도 전등을 꺼두거나 화장실 세정제와 휴지 같은 현물을 기부받는 등 절약과 기부 수령으로 '자력갱생'을 위해 노력 중이다.

고 실장은 "앞으로 1년간 적자 36억원을 예상한다"면서도 "지자체 보조금, 기부금에 병원의 자체 모금 등으로 예산을 확보해 현재 70% 수준인 공간 활용률을 90%까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적자 폭 확대에도 병원 몸집을 오히려 늘리는 까닭은 줄을 선 환자가 워낙 많아서다.

고 실장은 "처음엔 18세 미만 청소년까지 진료 대상으로 봤는데 감당이 안 될 수준이어서 조기 치료 효과가 높은 6세 미만으로 축소했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진료 예약을 받을 때 전화기 3대가 먹통이 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예약 접수 첫날에만 900명이 신청했고 지금은 400명 이상 대기 중이어서 입원을 하려면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어린이 재활치료의 대부분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이라 채산성이 맞지 않아 그간 제대로 운영된 어린이 재활 병원은 많지 않았던 탓이다.

물론 넥슨어린이재활병원도 비급여 문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고 실장은 "수가, 치료사 확보, 기부자 모집이 3대 난제"라며 "보험 적용이 안 돼서 이용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다른 시설의 80% 정도만 받으므로 1대1로 아이를 맡는 치료사에게 급여를 줄 정도의 수익만 난다"고 설명했다.

또 "급여를 올려줘서 모셔올 여력이 없으니 치료사 확보도 쉽지 않다"며 "더구나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운영비가 모자라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메울 기부자 모집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만만찮은 여건에서도 병원 운영진은 재활을 통해 한 아이는 물론 나아가 사회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고 실장은 "궁극적 목표는 '장애어린이들이 생산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라며 "단순한 치료를 넘어 결국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워있는 사람, 앉아 있는 사람, 걸을 수 있는 사람의 사회적 활동 범위는 완전히 다르다"며 "마음껏 걷는다는 것은 장애 어린이에게 엄청난 미래의 변화를 뜻한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의미"라고 힘줘 말했다.

고 실장은 병원을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지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했다.

"장애인이라고 차별하면 안 되지만 특별대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병원 스포츠센터에는 지역 주민도 오는데 그분들이 여기에서는 장애인을 전혀 특별할 것 없이 바라봅니다. 장애인도 그저 '같이 사는 사람'이라는 비장애인의 시선을 볼 때마다 행복합니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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