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간섭 '심화' 예고한 캐리 람의 홍콩 행정장관 당선

입력 2017-03-26 14:37  

중국간섭 '심화' 예고한 캐리 람의 홍콩 행정장관 당선

직선제 도입 연기 가능성…언론·표현 자유 위축 우려도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친중(親中)파인 캐리 람(林鄭月娥·여) 전 정무사장(총리격)이 26일 차기 행정장관에 당선됨에 따라 홍콩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간섭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 행정부에서 2인자였던 람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국의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신시장 개척과 투자 유치를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7월 취임후 사사건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경제 개선 전략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람 당선인이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 보조금 확대와 어린이 양육 보조, 노인 생활연금 개선 등을 공약해 갈수록 심화하는 주택난과 빈부 격차 문제 해소에도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람 당선인은 선거인단 1천194명이 참여한 이른바 '체육관 선거'에서 770명가량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기 때문에 홍콩 주민 750만 명에 대한 대표성은 약한 편이다.

람 당선인은 명보(明報)가 지난 16∼20일 시민 1천1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32.1%의 지지율로 온건 친중파인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 격)의 52.8%와 큰 차이를 보였다.

범민주파가 10∼19일 진행한 모의 선거에서도 참가자의 1.5%인 1천8명으로부터만 표를 얻어 5만9천800표(91.9%)를 얻은 창 전 사장에 비해 5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람 당선인이 친서민 후보로 인식됐다가 과도한 친중국 성향 탓에 인기가 급락해 연임을 포기한 렁 장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범민주파와 중도파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람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2022년 행정장관 보통선거 도입을 주장한 경쟁 후보들과는 달리 정부가 성급하게 행동해서는 안 되며 모든 관련 부문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향후 직선제 도입을 놓고 사회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홍콩은 올해 선거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제한적 직선제 도입을 추진한 정부와 전면적 도입을 요구한 시민들 간 갈등으로 직선제 도입 자체가 무산됐다.

2014년 홍콩에서는 람 당선인이 주도한 행정장관 선거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79일간 이른바 '우산혁명'으로 불린 대규모 도심 점거 시위를 벌였다가 1천 명가량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 시민단체인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은 선거 이틀 전부터 중국의 선거 개입에 반대하는 거리 행진을 벌여 갈등 재현 가능성을 예고했다.

'렁춘잉 2.0'이란 꼬리표가 붙은 람 당선인이 중국 당국의 노골적인 지지를 받은 데다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한 점 때문에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람 당선인이 범민주파와 중도파를 외면한 채 친중국 성향을 강화하면 작년 몽콕(旺角)에서 폭동을 일으킨 강경 친독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홍콩 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오는 7월 대규모 반중국 시위가 벌어질 경우 중국 당국이 람 당선인에 대한 신임을 재고할 가능성도 있다.

또, 람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하철 교통카드 이용에 서툰 모습과 자택 인근 슈퍼마켓 대신 택시로 옛 관저에 가 화장실 휴지를 갖고 온 점 등 서민적이지 않은 모습이 비판을 받은 만큼 서민적 행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렁 장관의 인기 추락에는 "행정장관 후보의 시민 추천을 허용하면 빈곤층이 득세할 것" 등 반서민적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데다 딸이 자신의 명품 목걸이를 홍콩 시민 세금으로 산 것이라며 조롱한 점 등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홍콩의 소득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0.537로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를 웃돌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중국 도시들이 수년간 연 7%에 가까운 고속 성장을 하는 동안 홍콩이 1∼3% 성장에 그치는 등 성장성이 약화한 점도 람 당선인이 풀어야 할 과제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 상하이(上海)에, 2013년 베이징(北京)에 각각 역전당했으며 작년에는 2조4천900억 홍콩달러(359조8천299억 원)를 기록, 1조9천400억 위안(316조7천632억 원)으로 급증한 인근 중국 선전(深천<土+川>)에도 역전당할 처지에 놓였다.

스티브 청 홍콩 중문대 조교수는 연합뉴스에 "36년간 공무원을 한 람 당선인이 렁 장관보다 홍콩 법과 규정을 잘 알기 때문에 친중국적 정책을 가화하기 위해 법적 허점을 이용할 수 있다"며 "렁 장관보다 더 엄격하고 단호하게 정책을 집행할 경우 사회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harri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