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두 전직 총리, EU긴축정책 싸고 설전

입력 2017-03-27 20:20  

伊 두 전직 총리, EU긴축정책 싸고 설전

렌치 "재앙적 긴축으로 EU 수렁에"…레타 "정부가 양적완화 잘못 이용"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25일 로마에서 열린 '로마 조약' 60주년 기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분열 위기에 처한 EU의 통합을 재다짐한 여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주최국인 이탈리아에서 EU 정책을 둘러싸고, 두 전직 총리 사이에 파열음이 빚어졌다.

작년 12월 헌법 개혁 국민투표 부결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와 그의 전임자인 엔리코 레타 전 총리가 유럽연합(EU) 긴축정책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표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레타 전 총리는 26일 이탈리아의 공영방송 RAI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몇 년 동안 긴축과 관련한 진실이 아닌 이야기들이 회자된다"며 "EU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긴축 노선을 채택했지만, 2014년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이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통화 확장 정책 덕분에 이탈리아는 상당한 예산 유연성을 누렸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균형 예산을 엄격히 강조하는 EU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이탈리아의 성장이 뒷걸음질 치고,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렌치 전 총리를 비롯한 이탈리아 정치인들의 불만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타 전 총리는 "정부의 운용 과정에서 무엇인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EU가 부여한 예산 유연성이 잘못 활용된 것"이라며 "모든 잘못을 항상 EU에 돌리는 것은 국수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잘 써먹는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렌치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레타 전 총리, 그의 전임자인 마리오 몬티 전 총리 정부 시절의 예산 적자 규모는 훨씬 컸다. 이를 우리 정부가 들어선 뒤 낮춘 것"이라며 "2014년에 이탈리아 정부는 EU에 (긴축을)멈출 것을 요구해 그나마 긴축이 완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렌치 전 총리는 EU는 정치 분야에서 있어 20세기의 가장 큰 성취이지만 재앙적 긴축 정책으로 수렁에 빠졌다며 "EU는 (긴축을 압박하는)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두 사람은 레타 전 총리가 렌치 전 총리의 당내 반란으로 2014년 2월 총리 자리에서 사실상 강제로 물러난 악연이 있다.

총리 사퇴 이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객원 교수를 맡고 있는 레타 전 총리는 내달 말 치러지는 집권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렌치 전 총리에게 도전장을 낸 안드레아 오를란도 법무장관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나 스스로 정계에 돌아올 생각은 전혀 없지만 민주당은 통합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독단적인 운영으로 당의 분열을 이끈 렌치 전 총리가 당 대표로 재선되기 보다는 새로운 인물이 당 대표를 맡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렌치 전 총리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총선을 통해 총리로 복귀하기 위한 수순으로 내달 진행되는 당 대표 경선에서 재선을 노린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여론 조사 결과 민주당은 반(反) 렌치 세력의 분당으로 지지율이 빠지면서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에게 지지율이 많게는 6% 이상 처지고 있어 재집권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