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앞두고 속마음 정리하니 한결 편안하네요"

입력 2017-03-31 07:00  

"임종 앞두고 속마음 정리하니 한결 편안하네요"

서울대병원 호스피스센터 '내 마음의 인터뷰' 프로그램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1. "사람마다 불행과 행복은 다른 게 아닐까. 나한테는 몸의 불편함으로 왔고 어떤 사람은 가난으로 올 수도 있는 거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20대 남성ㆍ90일 후 임종)

#2. "네(전문 봉사자)가 한마디만 해도 열 마디로 알아들을게. 약속해. 뭔가 고리가 풀리는 이 느낌, 재미있다." (40대 여성ㆍ11일 후 임종)

#3. "착하고 여리고 순수한 아들아. 강해지고 성실해지길 바란다. 칭찬 그때그때 못해서 미안하다." (40대 남성ㆍ5일 후 임종)

#4. "병원에선 화장실 말고 거울이 없다. 나 자신을 바라볼 기회가 없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나를 바라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30대 남성ㆍ6개월 후 임종)

이 사례들은 서울대병원 호스피스센터에 머물렀던 말기 암 환자들이 상담과정에서 전문 봉사자를 통해 남긴 본인의 속마음이다.

말기 암 환자가 항암제나 의료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가능한 한 편안하게 임종에 이르게 하는 '호스피스' 완화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이 그동안 호스피스센터를 거쳐 간 환자들의 반응을 31일 소개했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호스피스는 유럽 중세에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늘날에는 말기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해 수술ㆍ약물처방 등 적극적인 치료가 아니라 가능한 한 편안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총체적인 돌봄(care)'을 제공하는 개념의 용어로 쓰인다.

병원마다 다양한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은 전문 봉사자가 참여하는 '내 마음의 인터뷰'를 비롯해 미술ㆍ종교치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내 마음의 인터뷰'는 환자가 교육상담실이나 병실에서 전문 봉사자와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하면서 본인의 속내를 털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문 봉사자는 환자의 이야기를 에세이ㆍ편지 등으로 정리해 환자와 가족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대병원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말기 암 환자가 죽음에 직면하는 용기를 얻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곳에서 전문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고주미(49ㆍ여)씨는 "상담을 하다 보니 며느리에게 '고맙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는 60대 여성 환자부터 의료진에게 지금처럼 다른 환자에게도 따뜻한 치료를 부탁하는 40대 남성 환자까지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씨는 "의료기관 내 호스피스 서비스가 말기 암 환자에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다"며 "또 임종을 앞둔 환자가 어느 시점부터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되는지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진의 서울대병원 호스피스센터 간호사는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자기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고 환자와 가족간 소통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집안에 말기 암 환자가 있다면 유서 작성 등 병원별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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