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 취준생 또 직장인이니까…공감 먹고 자라는 오피스극

입력 2017-04-01 12:00   수정 2017-04-01 13:20

우린 다 취준생 또 직장인이니까…공감 먹고 자라는 오피스극

'미생'부터 '김과장'·'자체발광 오피스'까지…인기 비결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우리는 모두 회사에 다니지 못해 괴롭거나, 회사에 다니느라 괴롭다. 상위 1% '금수저'가 아닌 이상 우리는 '직장'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러니 오피스 드라마가 사랑받는 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2014년작 tvN '미생'은 공감과 위로를 바탕으로 한 오피스극의 시초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미생'의 흥행 덕분에 지상파 수목극 1위로 종영한 KBS 2TV '김과장', 후발주자 MBC TV '자체발광 오피스'까지 오피스극이 한층 풍요로워지고 있다.

눈에 띄는 세 작품을 위주로 각각의 개성과 전략, 그리고 오피스극이 꾸준하게 사랑받으면서 새롭게 진화하는 동력을 살펴본다.






◇ 정곡 찌르거나, 대리만족 주거나

'미생'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4년 차 직장인 장그래(임시완 분)를 통해 현대인의 아픈 부분을 정곡으로 찔렀다. 그러나 장그래의 부족함은 그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시청자들은 치유받을 수 있었다.

동시에 '미생'은 평범하고 현실적이지만 극적이었다. '미생'이 그저 일상이기만 했다면 공감은 얻었을지 몰라도 재미는 못 얻었을 것이다.

'예스맨'으로 살 수밖에 없는 장그래, 늘 시뻘건 눈의 오부장(이성민), 뛰어난 능력에도 여자라서 무시당하는 안영이(강소라), 선배 실적 올려주느라 바쁜 한석율(변요한) 등 등장인물 모두가 우리 주변의 인물들이다.

상사와의 프로젝트가 엎어져 만취한 채 귀가하는 모습, 회사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느라 아이에겐 소홀하게 되는 워킹맘의 일상을 '미생'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그로부터 3년 후. 2017년판 오피스극은 정곡을 찌르는 데 더해 큰 웃음을 가미했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 후 뉴스만 틀면 눈살을 찌푸려야 했던 정국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조차 스트레스를 받고 싶진 않은 심리가 아니었을까.






'김과장'은 대놓고 웃음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줄도 백도 없고 오직 '삥땅'을 위한 잔머리만 가진, 못난 김성룡(남궁민)이 정말 의도하지 않게 '의인'이 되고, 대기업에 경리과장으로 취직하게 되면서 진짜 의인이 돼가는 과정을 그렸다.

하청업체와 그 직원들을 착취하는 기업가들, 잘 나가는 부서가 다른 부서를 무시하는 모습은 현실에 충분히 있을 내용인데, 그 폐부를 자신만만하게 들추고 응징하며 약까지 올려대는 김과장은 사실 현실적이진 않다.

그래서 우리는 맘껏 대리만족했다. 우리만큼 부족하지만 끝내 우리를 위해 '슈퍼맨'이 돼주고야 마는 김과장의 활약에 경리과 직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은 그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이어 발을 뗀 '자체발광 오피스'는 취업준비생과 직장 초년생들의 이야기라 타깃층이 좀 더 젊어졌다.

취업의 문턱에서 100번 낙방한 은호원(고아성)이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시한부 삶을 사는 걸 알게 된 순간 대기업에 계약직으로 입사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드라마다.

그러나 한강에 뛰어들고 싶은 취준생의 마음, 겨우 들어간 직장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몫을 해내려는 신입사원의 마음만큼은 딱 지금 젊은 세대의 이야기여서 공감을 얻었다.

또 얼렁뚱땅 편한 대로만 일하는 부장, 무사 안일주의에 빠진 팀원들, 그 속에 능력 있지만 인정머리는 없는 본부장이 현실감을 더한다.






◇ 장르 다양해지고 시대상 반영…"공감 또는 대리만족"

처음에는 '미생' 신드롬인 줄만 알았는데, 계속 진화 중이다. 오피스극의 꾸준한 인기는 무엇 덕분일까.

우선 오피스극은 무궁무진한 장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생', '김과장', '자체발광 오피스'만 봐도 다 다르다. 정극부터 코미디, 청춘극까지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는 장르가 오피스 극이다.

이 세 작품 말고도 2016년 호평받은 SBS 특집극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오피스 로맨스였고, 최근 인기를 얻는 SBS 월화극 '초인가족' 속 도레미주류의 이야기는 가족극과 오피스극의 결합이다.






'자체발광 오피스' 측 관계자는 1일 "'미생'과 '자체발광 오피스'를 비교해보자면 '미생'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남자 직장인 버전'이라면 '자체발광 오피스'는 무게감을 좀 덜고 취준생과 신입사원에 집중한 '여자 버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또 오피스극은 가족극만큼이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세대별 공감도, 대리만족도 가능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드라마 속 주인공의 직업은 연예인 아니면 재벌가 아들 등 특화된 부분이 많았지만 오피스극에선 취준생부터 신입사원, 중년 사원까지 다 다룰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시청자들이 '내 얘기'라고 공감하거나 대리만족하기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오피스극 안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이나 취업난 등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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