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으로 만신창이 된 풍계리…탈북작가의 고발소설

입력 2017-04-10 15:04  

北핵실험으로 만신창이 된 풍계리…탈북작가의 고발소설

탈북작가 김평강씨 장편소설 '풍계리'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수심 300m의 지하갱도에서의 한 치 한 치 작업실을 넓혀가면서 30년을 보내는 동안 거듭되는 발파와 암반제거, 수중폭파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묻히고 죽어 나갔는지 헤아릴 수도 없다. 황폐화한 풍계리의 눈물겨운 사연을 세상은 알고 있는가."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때 탈북작가 김평강(필명)씨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정을 그린 소설 '풍계리'(도서출판 곰시)를 펴냈다. 핵실험장이 있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 실제로 살았던 기억과 핵과학자로 일한 가족의 경험담을 토대로 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에 따르면 풍계리는 원래 개천에 칠색송어가 헤엄쳐다녔고 송이버섯이 지천이었다. 그러나 핵개발이 진행되면서 새들이 창문에 부딪혀 죽고 물고기들이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떠내려가는 죽음의 마을이 됐다. 작가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아름다운 고장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송이버섯도 먹을 수 없고 그곳에서 헤엄하는 산천어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한다.

일본은 풍계리의 송이버섯을 수입해갔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북한을 방문했을 때 7천㎏의 송이버섯을 선물로 받아왔다. 그러나 정작 북한에서는 장군님께 올리던 선물 명단에 칠색송어를 제외했다. 방사능에 오염됐을 우려가 있어서다.

작가는 풍계리 산천초목이 황폐해지는 모습과 함께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야욕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서술한다. 황장엽·장성택·최병서 등 실력자들의 실명이 줄줄이 등장한다. 김일성은 이미 한국전쟁 당시 열강에 기대지 않는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계획했다. 1970년대 들어 풍계리 일대 주민들을 소개하고 군대가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핵개발이 현실화한다.

김정일에게 세쌍둥이 형제가 있었다는 항간의 주장, 장성택과 김경희의 젊은 시절 러브스토리, 풍계리 인근 군부대의 쿠데타설 등 북한 고위층을 둘러싼 뒷얘기도 소설에 담았다. 아버지가 인민군 군관이자 장성택의 김일성종합대학 동기여서 '고급 정보'에 접근 가능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장성택 등 친한 친구들은 우리 집에 모여 개혁개방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고, 황장엽 선생도 생전에 장성택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식으로든 민주화를 이룰 것이며 남한과 손을 잡고 북한사회를 개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몇 번이나 외우셨다."

소설은 방사능에 피폭당해 치아까지 빠져버리는 핵과학자들의 처참한 모습, 화염방사기에 형체 없이 사라진 장성택의 비극적 최후를 묘사하며 북한 정권의 폭정을 고발한다. 작가는 "왜 풍계리가 외면당해야 하고, 왜 좁디좁은 한반도에서 인간 지진의 처참한 비극이 계속되는지 인류의 양심은 답할 때가 왔다"며 "핵실험을 당장 중지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 아름다운 풍계리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썼다. 416쪽. 1만4천5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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