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경기가 단기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이유는.
▲ 수출이 회복됐다. 기술적으로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1%포인트 올라간 영향도 있다. 정보기술(IT) 업종의 호조로 관련 설비투자가 증가했고 향후 투자 계획도 늘렸다. 연초에는 소비심리가 나빴지만, 대통령 탄핵 결정 후 조기 대통령선거가 확정되면서 소비심리도 개선됐다.
-- 수출 개선세가 지속 가능한가.
▲ 경기가 회복세이고 단기적으로는 전망이 밝다. 그러나 불확실성이나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하다. 현재 경기 회복을 이끄는 설비투자와 수출회복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것이다. 선진국의 확장적 거시정책과 자원 수출국의 유가 회복으로 소비와 설비투자가 모두 회복되고 있다.
-- 금리 인하 가능성은 줄어든 것 아닌가.
▲ 향후 성장 경로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필요성은 이전보다 줄었다. 그러나 교역요건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어 경기 회복세를 지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는 유지할 계획이다.
-- 추가경정예산 등 확장 재정의 필요성은 줄어든 것 아닌가.
▲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변화로 하방 위험이 증대되면 추가적인 재정 확장도 고려해야 한다.
-- 내년에는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국내 경기 상황을 보면서 결정한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다. 물가는 목표치에 거의 근접했다. 성장은 회복세지만 국내총생산(GDP) 갭으로보면 여전히 마이너스다. 거시경제 위험이 줄었다고 해도 전망대로 경기가 이어질지는 봐야 한다. 이런 것을 보면서 적절하게 판단하겠다.
-- 북한 리스크는.
▲ 북한 리스크 부각되면서 외환 금융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됐다. 다만 현실화된 위험은 아니어서 수치로 나타난 결과는 없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최근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많이 오르며 4월 위기설이 다시 나온다.
▲ 외평채 CDS프리미엄이 다소 상승하는 모습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일부 영향을 줬다. 그러나 국내 은행과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물량을 늘렸고, 한국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가 헤지를 위해 CDS를 매입한 것이 주된 이유다. CDS프리미엄 상승과 4월 위기설을 연결하는 것은 앞서가는 것 같다.
-- 소비는 어떤가.
▲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세가 경기를 이끌고 있다. 소비는 여전히 저조하다. 실질구매력 측면에서 보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 소득이 증가해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데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 가계소득 증가를 위해서는 수입과 지출 양 측면에서 계산돼야 한다. 수입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미스매치를 줄이며, 구조개혁과 규제완화 추진이 시급하다. 지출 면에서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주고 교육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 가계소득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은의 역할은 성장과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구조개혁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 정책 목표를 설정할 때 거시경제보다는 금융안정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 아닌가.
▲ 한국은행은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보고 통화정책을 판단한다.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확대돼 경기 하락 리스크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국과의 교역 여건에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금융안정 차원에서는 은행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비은행 가계대출은 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축소도 논의되고 있어 금융안정에 더욱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 4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로 돌아섰다.
▲ 지난달까지 외국인 주식투자가 꾸준히 이뤄졌다. 글로벌 주식 펀드가 순유입되고 국내 기업 실적도 좋았기 때문이다. 4월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그동안의 주가 상승에 대한 차익 시현도 있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것도 원인이다.
-- 미국 연준이 자산을 축소하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이 오나.
▲ 자산규모 축소가 시작되면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가 커지고 시장금리는 올라가며 신흥국 자금 유출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처럼 자산축소도 점진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채 금리도 오르는 동조화 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국내 채권시장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에서 상승 압력이 크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자본 유출 우려도 자금 흐름이 내외금리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단정 지을 수 없다.
-- 제2금융권 가계대출 통계가 틀렸다면 가계부채 대책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 주택담보대출에 상가나 오피스텔, 토지 등 비주택 통계가 포함돼 있어 구분했다. 전체 가계대출 총액에는 변동이 없고 항목 간 조정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아니지만 부동산 담보라는 점에서 대출채권 건전성은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통계 인프라는 은행권보다 뒤처져 있다. 한은도 비은행 금융기관 통계의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2금융권에 대한 공동검사권이 주워지면 이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나.
▲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조정을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인터뷰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도 지정될 가능성이 작아졌다. 그러나 미국이 환율 정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밝혔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를 유념해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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