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7년 논란의 소용돌이…고려활자 실체 확인은 숙제로

입력 2017-04-13 17:55  

'증도가자' 7년 논란의 소용돌이…고려활자 실체 확인은 숙제로

출처 규명 전까지는 지정 어려울 듯…"활자 연구 계기로 삼아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문화재위원회가 13일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해 부결한 '증도가자'(證道歌字)는 7년째 논란이 계속된 금속활자다.

'증도가자'는 2010년 9월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수년간 진행한 금속활자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당시 남 교수는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하고 있는 금속활자 중 12점이 보물 제758호로 지정된 불교 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의 서체와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하면서 '증도가자'로 명명했다.

'증도가'는 1239년에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책으로, 이 목판본 이전에 금속활자로 인쇄한 주자본이 있었다. 남 교수는 '증도가자'가 '증도가' 주자본을 인쇄할 때 사용한 금속활자라고 봤다. 이 주장은 '증도가자'가 1377년에 간행된 '직지심체요절'보다 앞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유물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증도가자'는 남 교수의 발표 직후부터 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는 '증도가자'의 근거로 육안상 드러나는 서체의 유사성을 제시했는데,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글자가 똑같지 않다는 반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 교수는 문화재청이 2014년 발주한 용역 조사를 맡아 다보성고미술의 금속활자 101점이 모두 '증도가자' 혹은 고려시대 활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남 교수의 조사는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고, 결과에 대한 오류가 지적되기도 했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문화재청은 2015년 직접 '증도가자'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문화재청이 1년간의 조사 끝에 지난해 12월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증도가자'는 '증도가'와의 서체 유사도는 낮지만, 재질상 오래된 활자일 수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위원회도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한 뒤 "활자의 서체와 주조, 조판(組版, 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등 여러 면에서 '증도가'를 인쇄한 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과 먹의 연대 분석을 고려하면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수도 있다"며 귀중한 유물일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증도가자'가 고려시대 금속활자인지 아닌지는 정부가 조사에 나선 뒤에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확정된 유물이 단 한 점도 없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결론이기도 했다.

학계 관계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북한에 고려시대 활자가 몇 점 있다고 하나 모두 추정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는 활자로 찍은 책에 대한 연구가 집중됐는데, 이제는 활자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화재청이 다보성고미술이 제시한 소장 경위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증도가자'의 출처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이번 지정조사에 참여한 관계자는 "'증도가자'는 '증도가'라는 고려시대 서적과 서체가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고려시대 활자로 주목받은 것"이라며 "학계가 전부 고려시대 금속활자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시 지정 신청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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