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고강도 쥐어짜기에 부품업체들 시름

입력 2017-04-20 16:59  

애플, 고강도 쥐어짜기에 부품업체들 시름

"올해 아이폰8 등 신모델 3종 출시로 비용절감해야 하는 형편"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점점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의 그래픽 기술 회사인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는 이달 초 애플로부터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시가총액의 3분의 2가 하루 만에 날아가는 수모를 겪었다.

반도체 부품 업계의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공급망이 수적으로 줄어든 데다 애플이 부품의 자체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지도 모른다.

애널리스트들은 다이얼로그 세미컨덕터와 시냅틱스, 서러스로직과 같은 납품업체들이 각별히 취약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에이브넷은 애플이 납품 단가를 후려친다는 이유로 아예 결별을 선언했다.

애플은 프로세서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그래픽과 블루투스는 물론 스마트폰과 관련된 반도체 부품 등도 자체적으로 조달하려 하고 있다.

자체 개발은 큰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몇 가지 리스크도 없지 않지만, 애플이 협력사들에 대한 압박 수단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애플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품별로 최소 2개의 협력사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반도체 부품 업계에서 M&A가 5개사당 1개꼴에 이를 만큼 활발해지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애플의 주요 협력사 중에서는 샌디스크와 브로드컴, 트리퀸트 반도체, 인터실, 샤프, 엘피다 메모리, FR 마이크로 디바이스 등이 이미 타기업에 넘어갔다.

루프캐피털마켓의 벳시 반 헤스 애널리스트는 2014년 이후 모두 35개의 크고 작은 부품업체들이 사라졌다면서 경쟁과 가격 압박이 줄어든 것이 애플이 자체 개발에 나서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협력사를 쥐어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폰8을 비롯해 신모델 3종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올해야말로 애플에는 중요한 한 해다. 새로운 설비와 공정을 갖추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애플로서는 다른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형편이다. 다시 말해서 납품업체를 쥐어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부품의 자체 조달을 꾀하는 것이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자체 조달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히면서 시기와 비용, 품질에 대한 통제도 개선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모델을 출시하게 되면 애플이 협력사로부터 당장 조달할 수 없는 하드웨어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출시된 에어팟 블루투스헤드폰은 애플이 2013년 패시프 세미컨덕터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저전력 통신용 칩을 사용한 것이었다.

애플은 2012년에는 지문 센서와 관련한 칩셋을 생산하는 오센텍을 3억5천6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 덕분에 애플은 아이폰에 지문 스캐너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다.

애플은 지난해 그래픽용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영국의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와 인수 협상을 벌였다.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기술 확보를 위해 애플이 인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애플은 인수를 철회했고 지난 3일 이매지네이션은 애플이 자사 제품의 사용을 중단키로 했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애플은 이매지네이션의 전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포함한 몇몇 인력도 빼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향후 애플의 어떤 협력사가 피해를 볼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이얼로그의 경우, 애플이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전력관리용 칩의 사용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때문에 지난 11일 하루 만에 주가가 20% 폭락했다.

애플이 독일 뮌헨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전력관리용 칩 설계 센터를 설치하고 있고 다이얼로그에서 엔지니어들을 꾸준히 빼내 갔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근거였다.

아이폰의 터치스크린에 사용되는 부품을 생산하는 시냅틱스도 위태로워 보인다.


퍼시픽 크레스트증권의 존 빈 애널리스트는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애플이 이 회사로부터 상당수의 엔지니어를 영입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물론 내부적으로 전문 인력을 구축하는데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애플의 협력사인 서러스로직은 연구·개발(R&D) 부문에 연간 2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을 정도다.

반도체 부문의 R&D 비용은 IT업계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매출 대비 R&D 비중이 18%를 넘는 경우도 있다. 애플은 2012년 2.2%이던 매출 대비 R&D 비중을 불과 5년 만에 두 배가 늘어난 4.7%로 끌어올린 상태다.

애플이 자체 개발에 공을 들인 효과는 상당히 클 수 있다. 반도체 부품이 아이폰의 생산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체 개발에는 무시할 수 없는 몇 가지 리스크가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애플이 업계의 신기술 동향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에 속한다.

내부적으로 부품을 조달하게 되면 애플에 최신 기술을 들고 오는 협력사들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한때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생산 기업인 노키아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부품 공급망을 통제하면서 시장의 중요한 변화를 놓친 전례가 없지 않다.

캔어코드 제뉴이티의 마이크 워클리 애널리스트는 "그들이 이매지네이션과 다이얼로그, 그 밖의 협력사들에 행한 짓을 보라"고 말하면서 "이는 노키아가 제왕이었던 시절에 했던 짓"이라고 말했다.

일부 협력사들이 애플과 거래를 스스로 중단할 위험도 있다. 레노버그룹 CEO 출신으로 현재 에이브넷을 이끄는 빌 아멜리오는 애플과 협력관계를 중단한 뒤 오히려 이익률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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