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문화관에서의 첫날'…러시아 작가의 박경리 예찬

입력 2017-05-01 17:52  

'토지문화관에서의 첫날'…러시아 작가의 박경리 예찬

"작은 여인, 20권 장편소설 토지 저술·세계 작가 지원 감동"

(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격자 창문, 한 쪽은 마루를 향하고 있다. 창문에서 밖으로 나와 보면,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창문 너머로 산과 꽃 피는 시골마을, 감칠맛과 구수함이 느껴지는 공기, 그리고 햇볕이 보인다'


러시아 기자 겸 작가 이고르 티마페예브(Igor Timofeev·59)가 한국 여행기를 정리하고자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 머물면서 쓴 소감의 머리글이다.

티마페예브는 "책을 저술하기 좋도록 한국 여행에서 감명 깊었던 점을 정리하기 위해 어느 산에서 한 주 동안이라도 홀로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동료 작가들이 체류한 바 있는 토지문화재단에 편지를 쓰게 됐고, 지난달 18일부터 12일간 토지문화관에 머물게 됐다"며 토지문화관을 찾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작가들은 원고료가 이미 차고 넘칠만한데도 지금까지 문학재단을 설립한 적이 없고, 지금도 설립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토지문화관을 빗대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이곳 한국에서는 작은 가슴을 가진 작은 여인이 그 오랜 시간 20권의 장편소설 '토지'를 저술하며 '소설의 집합체' 장르를 개척하는 데 바쳤다. 그리고 토지문화재단은 세계 곳곳에서 온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서 오세요. 글은 멋진 장소에서 쓰셔야지요. 먹거리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직 창작에만 열중하세요'

이렇게 세계 작가들을 품은 위대한 여인의 이름은 '박경리' 라고 소개했다.

"나는 주변 농경 모습이 보고 싶어져 곧장 밖으로 뛰어나갔다. 작가의 집은 주변에 풍요로운 평야와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의 모습이 살아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 있다. 농민들에게는 농사하기에 적합한 계절"이라고 토지문화관과 주변을 묘사했다.

티마페예브는 1957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국립 모스크바 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주간 '대담' 기자, '오고뇨크' '항해' 등 잡지 수석 에디터로 활동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제3회 세계기자대회에 초청받아 한국을 방문, 제주도·부산·경주·평창·원주 등 한국 주요 관광지의 수려한 풍경과 여정을 여행기로 출간할 예정이다.


박경리 선생은 원주의 조용한 숲 속 공간에서 국내외 문인과 예술인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하고 문학과 예술의 미래를 모색하게 하자는 취지로 1999년 자신이 말년에 살면서 창작활동을 한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토지문화관을 세웠다.

토지문화관은 2001년부터 내국인 문인 창작실을 시범 운영하고 2004년에는 예술가 창작실, 2007년 해외작가 창작실로 대상을 넓혀 '한국 문학의 인큐베이터'로 불리고 있다.

지난 한 해 토지문화관 창작실을 거쳐 간 내국인 문인이 45명, 예술가 22명이었으며 외국작가가 8명이었다.

ryu62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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