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만든 장미대선, 文후보 승리에 영향 줬나

입력 2017-05-09 23:36   수정 2017-05-09 23:43

'촛불'이 만든 장미대선, 文후보 승리에 영향 줬나

촛불집회 과정에서 지지율 올라 '문재인 대세론' 형성

촛불 겨냥 '나라를 나라답게' 슬로건…'적폐 청산' 공약에 명시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촛불집회가 대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당선인이 촛불집회 과정에서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 이른바 '대세론'을 형성한 데다 조기 대선으로 다른 후보들이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대세론' 형성

박근혜 정권 퇴진을 기치로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촛불집회는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조기 대선을 가능하게 했다.

촛불집회 자체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당시 정권과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유한국당 등 구여권 일부를 '적폐'로 규정하는 등 비판 목소리를 냈다.

참석자들은 야당이 박 전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머뭇거리는 등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때는 질타했지만, 촛불집회 자체가 구여권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야당에 우호적이었다.

민주당도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촛불집회 현장에 민주당의 옷을 입은 당원·당직자가 많이 눈에 띄었다. 민주당이 제작한 손 피켓을 든 시민들도 많았다.

문 당선인도 대선주자 시절 촛불집회에 자주 모습을 보였고,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도 촛불집회에 자주 참석하면서 촛불집회가 '정권교체'로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 당선인은 9일 오전 투표를 마친뒤 "이번 선거는 1천700만 촛불이 만들어낸 촛불대선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결의가 만들어낸 선거"라고 평가했다,

촛불집회 과정에서 문 당선인이 대세로 떠올랐다는 것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2주차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지지도'를 보면 문 당선인의 지지율은 불과 18%였다. 27%를 기록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밀렸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본격화한 직후인 11월 2주차에는 19%대 21%로 반 전 총장을 추격했고, 탄핵안 발의 직후인 12월 2주차에는 20%대 20%의 동률을 이뤘다.

이어 다시 한 달 뒤 1월 2주차에는 31%대 20%로 반 총장을 제치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시작됐다.

이후 문 당선인은 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한 번도 대선후보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이 지지율은 결국 대통령 당선 확실시로 까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18대 대선에 후보로 출마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문 당선인과 달리 다른 후보들은 대선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예상외로 대선이 5자 구도로 이뤄지고 선거운동 막판에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문 당선인의 당선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 공약집에서 '촛불집회' 의제 집중 제기

문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에도 촛불집회의 의제를 그대로 살렸다.

공약집의 네 기둥에 해당하는 '4대 비전'의 하나로 '촛불 혁명의 완성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언급하고 박근혜 정권 등 적폐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촛불집회의 주요 의제였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와 국정교과서 문제, 재벌 개혁, 세월호 등도 공약집에서 전진 배치하거나 강조점을 뒀다.

대선 슬로건도 촛불집회 당시 구호였던 '이게 나라냐'를 연상시키는 '나라를 나라답게'로 정했다.

문 당선인이 선거 전날인 8일 전략적으로 마지막 선거유세를 벌인 곳도 촛불집회의 주 무대였던 광화문광장이었다.

문 당선인은 당시 유세에서 "촛불 승리의 역사는 이미 시작됐다. 확실한 정권교체, 압도적인 정권교체로 완성하겠다"며 압도적인 지지를 당부하고 "국정농단 세력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며 자신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촛불집회의 적자(嫡子)이자 '대세론'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한편 세몰이를 하는 구여권 후보를 촛불 시민의 이름을 빌려 견제한 셈이다.






◇ 전문가들 '촛불 대선 영향' 여부 평가 엇갈려

전문가들은 촛불집회 영향과 관련해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는 "촛불집회가 문재인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촛불집회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과정에서 국정농단에 대한 심판이 이뤄졌고 그것이 정권교체로 이어졌으며 정권교체 세력으로 민주당이 대안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촛불집회 자체가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촛불시민들이 문 당선인과 민주당을 박근혜 정권의 대안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양 교수는 탄핵 사태로 인한 조기 대선이 이뤄지지 않고 12월에 대선이 치러졌더라도 문 당선인이 당선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교수는 "정권교체 열망이 많았기 때문에 (12월 대선이 치러졌더라도) 문재인 당선인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반면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당선인의 당선이 촛불 영향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신 교수는 "문 당선인은 18대 대선 당시 49%에 가까운 득표를 했으나 이번에는 그에 못미친다"며 촛불집회의 영향에 따른 당선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보였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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