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덕분에 유럽의회 수십년 '유랑극단 신세' 벗어나나?

입력 2017-05-11 13:33  

브렉시트 덕분에 유럽의회 수십년 '유랑극단 신세' 벗어나나?

프랑스에 의약품청 주는 대신 의회는 브뤼셀로 합치는 방안 추진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덕분에 유럽의회가 수십 년간의 '유랑극단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독일 공영 ARD 방송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벨기에 브뤼셀로 나뉘어 있는 의회 기능을 브뤼셀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의회는 매달 1회씩 1주일간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나머지 기간엔 브뤼셀에서 상임위가 진행되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EU 태동·확대 과정에서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기관을 약소국인 브뤼셀에 두되 다른 주요 회원국에도 의회와 중앙은행 등 EU 기관들을 분산 배치해 이익의 균형을 잡으려는 타협 정책의 산물이다.

그러나 의원과 보좌관, 집행위 관료, 통·번역가, 기자 등 관련 인력이 대거 매달 두 도시를 왕복하고 체류하는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이 문제였다.

유럽회계감사원(ECA)은 출장 비용 등으로 최소 연간 1억1천400만 유로(약 1천400억원가 든다고 최근 보고했다. 의회 예산의 10% 가량인 2억 유로(약 2천460억원)가 낭비된다는 통계도 있다.

늘 왕복 출장을 해야 하는 의원과 공무원 등은 '유랑극단' 신세라고 한탄했다. 회원국들에 긴축을 강요하는 EU의 대표적 비효율과 낭비사례로 비판받아왔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의회 기능을 브뤼셀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프랑스 정부의 '당연한' 반대 때문에 늘 좌초했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이번에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브렉시트로 영국 런던에서 이전해야 하는 EU 기관 가운데 유럽의약품청(EMA)을 스트라스부르에 주는 교환 방안이면 프랑스를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프랑스의 그간 반대는 유럽의회 일부가 자국에 있다는 정치적 상징성보다는 회기 중에 수천 명의 관계자와 로비스트 등이 방문, 체류해 스트라스부르 지역의 경기를 살리는 경제적 이득과 유권자 표심을 더 많이 의식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EMA를 준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유럽의회 판단이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허가·감독권을 지닌 EMA는 상근 직원만 약 900명이다. 업계 관계자만 연간 수만명 방문하고, 임상시험업체나 특허·법무법인 등 관련 업체들도 EMA 주변에 들어서는 등 경제 및 고용 효과가 매우 큰 기관이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연간 12주만 열리는 의회 회기엔 수천 명이 출장 와 호텔 숙박비가 하루 70~80만원 이상 치솟기도 하지만 나머지 기간엔 거의 텅 비는 점을 고려하면 프랑스와 시 입장에선 EMA가 훨씬 더 매력적일 수 있다.

프랑스 대선에서 친EU 입장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한 것도 유리한 요소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EMA를 프랑스 동부 도시 릴에 유치하려 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내달 총선 이후엔 스트라스부르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다고 유랙티브는 보도했다.

물론 프랑스가 동의해도 다른 회원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현재 EMA에 눈독을 들이며 유치하려는 도시는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 수(27개국)보다 훨씬 많은 40개에 달한다.

런던에서 이전할 다른 기관인 유럽금융청(EBA)의 경우에도 10여 개 국가가 유치전에 나선 상태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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