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갈등] "대기업 때문에 자영업 몰락" vs "소비자 입장도 생각해야"

입력 2017-05-14 06:35  

[골목상권 갈등] "대기업 때문에 자영업 몰락" vs "소비자 입장도 생각해야"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영세 자영업자 중심의 '골목상권'과 대기업 계열 유통시설·프랜차이즈 사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뼛속까지 자영업 골목상인의 아들"이라고 강조하며 복합쇼핑몰 입지·영업시간 규제, 프랜차이즈 가맹계약 개선 등 골목상권, 소상공인 보호 차원의 공약들을 많이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 슈퍼마켓뿐 아니라 빵집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침해가 '자영업 고사(枯死)'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해온 소상공인들은 '대기업 추가 규제'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2011년 이후 마트 영업시간 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의 여러 제재를 받았는데도, 여전히 자영업의 어려움을 모두 우리 탓으로 돌린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소비자의 수요 충족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는 견해다.





◇ 소상공인 5년내 70% 폐업…"대형쇼핑몰 등장에 주변상권 매출 반토막" 주장도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생존율'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창업한 소상공인 가운데 2013년까지 계속 영업한 경우의 비율은 29% 정도다.

새 점포를 차린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불과 3명만 5년 뒤까지 살아남고, 나머지 7명은 매출 부진 등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특히 음식·숙박업의 경우 창업 후 1년 안에 폐업하는 비율이 거의 절반인 44.4%에 이르렀다.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이처럼 심각한 '동네 가게' 경영난의 주요 원인으로 이미 골목 곳곳에 퍼져있는 대기업 유통시설들과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들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의 한 슈퍼슈퍼마켓(SSM)의 점포 수 추이를 보면, 2010년 한해 무려 67개를 늘리고 2011년, 2012년에도 20개 이상 꾸준히 추가로 개점하다가 2013년 영업시간 제한(오전 0시~8시), 의뮤후업(공휴일 월 2일) 등 강력한 영업규제가 실행된 뒤에서야 확장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렸다.

한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도 비슷하다. 2010년 487개, 2011년 420개, 2012년 80개 등 '우후죽순'처럼 새 점포를 내다가 제빵·제과업종이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매장 증가 속도가 다소 주춤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84개나 점포 수가 늘어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몰락과 대조적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쇼핑몰이 한 지역에 들어서면, 주변 기존 상권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급감한다는 조사·분석 결과도 있다.

'대형쇼핑몰 출점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노화봉 조사연구실장) 보고서를 보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경기도 파주 신세계·롯데 아웃렛 출점 이후 주변 지역 점포 300여 곳의 월 매출은 대형 쇼핑시설이 들어선 이후 평균 46.5%나 줄었다.

특히 요즈음 아웃렛, 복합쇼핑몰에 맛집 등을 대거 유치하는 전략의 영향으로 주변 음식점(-79%), 의복·신발(-50%) 점포의 매출 타격이 컸다.







◇ "마트 영업규제 불구, 전통시장 매출도 줄어…실효성 없다"

그러나 대기업들도 할 말이 많다.

이들은 우선 자영업자, 기존 골목상권의 어려움이 전적으로 대기업 진출 때문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 할인마트와 SSM 업계는 2012~2013년 영업시간 제한, 월 2회 휴무제 시행 등으로 자신들의 매출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지만, 그렇다고 전통시장 등의 중소 유통 점포들의 매출이 늘기는 커녕 함께 줄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한 '파이(시장)'를 두고 한쪽이 더 가져가면 그만큼 나머지가 빼앗기는 '제로 썸' 게임 구조가 아니라, 온라인유통업체와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공시에 경쟁하는 상황이라 할인점·SSM 등의 발목만 묶는다고 동네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서 상권이 활성화하면 기존 주변 점포들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4월 한국유통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유통규제 도입에 따른 지역경제 변화 분석' 보고서는 "대규모 점포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식료품 위주 소매업만 보더라도 일부 업종의 경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을 제시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들로서는 장기 소비 침체에 최근 수년간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자 소상공인·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영업규제'가 더 야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3개사 연도별 매출은 ▲ 2011년 23조5천520억 원 ▲ 2012년 22조1천950억 원 ▲ 2013년 20조3천320억 원 ▲ 2014년 19조5천790억 원 ▲ 2015년 18조5천840억 원 등으로, 영업규제가 시작된 2012년 이후 눈에 띄게 뒷걸음질하고 있다.

영세자영업의 어려움을 대기업 탓으로만 돌리는 분위기가 안타깝지만, 이전 정부 때부터 이미 충분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고, 기업들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규제는 불필요하다고 본다

한 대형 할인마트 관계자는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중소유통(전통시장 포함) 매출이 2012년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된 이후 105조7천억 원에서 2015년 101조9천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며 "대형마트 규제가 '중소유통 보호와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도 "소비자들의 높아지는 눈높이에 맞춰 만족도 높은 상품을 제공하려면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과 시장 개척이 필요한데, 이런 노력을 강자의 논리로만 지나치게 단순히 규정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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