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FDA 112조원 세금 낭비 막았다"

입력 2017-05-17 07:00  

"까다로운 FDA 112조원 세금 낭비 막았다"

치매신약 사례로 엄격한 승인기준 유지 필요성 제기…트럼프 신약승인 간소화 정책 우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엄격한 신약 승인 기준을 지킴으로써 효과도 없는 치매 치료약 구매로 낭비될 뻔했던 미 국민의 세금 1천억 달러(약 112조원) 이상이 절약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채너 색스 박사와 하버드의대 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최근 하버드대가 발행하는 의료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했다.

색스 박사 팀은 미국 외에 전 세계로 이를 적용하면 천문학적인 비용 낭비를 줄인 셈이며, 더욱이 섣부르게 시판을 승인했을 경우 발생했을 수도 있는 부작용 예방 효과 등까지 고려하면 FDA의 신약 승인 기준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FDA 신약 승인 규정을 대폭 완화해 더 빠르고 쉽게 허가해주도록 압박하고, 제약업계와 일부 치매 연구자들도 이에 가세해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제약업체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11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솔라네주맙을 2천100명의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가짜약(플래시보) 복용 환자와 유의미한 인지기능 저하 지연 효과에서 차이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치매약 개발에 27년 동안 30억 달러(약 3조5천억 원)를 투자한 일라이릴리는 솔라주네맙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최초의 치매 억제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던 솔라주네맙의 실패는 일라이릴리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와 의료계에도 실망감을 안겨줬으며 이 약의 작용 원리의 이론적 바탕인 아밀로이드 플레이크라는 독성 물질의 뇌 축적에 따른 치매 유발설도 흔들렸다.

솔라네주맙은 원래 마지막 두 차례 3상 임상시험에서도 실패한 것으로 2012년 발표됐었다. 그러나 시험 참가 환자 중 34%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초기 내지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계속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섹스 박사 팀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신약 승인 신속·간소화 정책에 따를 경우 이미 2012년 결과에 바탕해 판매 승인이 났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실제 시판됐을 때의 미국 내 비용 지출을 추계해봤다.

일라이릴리가 솔라주네맙 예정 가격을 공표한 바 없으나 제약업계 등에선 1년 복용 약값을 1만4천~3만 달러로 예상했었다.

연구팀이 미국 알츠하이머 환자의 절반만 경증이며, 이 가운데 이 약으로 치료받는 사람을 10분의 1로, 가격을 연간 1만 달러로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결과 이 약의 효과가 없다는 점이 드러나기까지 4년 동안 총비용이 100억 달러가 넘었다.

유자격 환자 중 절반이 이 약을 사용하고 비용을 연 2만 달러로 잡으면 시판 후 첫 4년동안에만 1천억 달러가 넘었을 것으로 추계됐다.

연구팀은 임상시험에선 진짜약과 가짜약의 복용 효과 비교 시험을 하는데 일단 시판된 이후엔 이런 실험에 참가할 자원자를 모집하기 어려워 이 약의 효과가 없음이 드러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4년보다 훨씬 더 길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약업계와 일부 연구자들은 부작용에 큰 문제가 없고 임상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확인되면 바로 시판허가를 내주고 이후 '가장 나은 약이 시장에서 선택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절망적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치매 치료 연구자 단체 중 하나인 '항알츠하이머연구자들'(RAA)은 지난주 현재 치매 치료제 승인을 위한 효과 측정 기준인 인지능력 저하 개선과 실제 일상생활 기능 개선 효과 가운데 어느 한 가지만 충족돼도 승인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다수 과학자와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승인 속도와 이에 따른 장점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효과도 없거나 미미한 신약 복용으로 환자와 정부가 엄청난 돈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예기치 않은 부작용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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