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법원장 유감 표명, 사법행정 개혁 계기 돼야

입력 2017-05-17 18:49  

[연합시론] 대법원장 유감 표명, 사법행정 개혁 계기 돼야

(서울=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법관대표자회의 개최 요구도 수용하기로 했다. 양 대법원장은 17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다음 달 중으로 각급 법원에서 선정된 법관들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또 "사법행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맡은 저의 부덕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대법원장의 발언은 이번 사태를 대화로 풀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초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독립과 법관인사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고 학술행사를 준비하자, 법원 행정처가 행사 축소를 지시하는 등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원 행정처로 발령 난 뒤 행정처 차장의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모 판사가 사의를 표명하자, 행정처가 이 판사를 원래 있던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게 발단이었다. 행정처 전산국장이 법관들의 전문분야연구회 중복 가입을 정리해 달라는 공지를 보내, 인권법연구회 활동을 축소하려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제가 불거지자 대법원은 임종헌 행정처 차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대법관 출신인 이인복 사법연수원 석좌교수에게 진상조사위를 맡겼다.



법원 진상조사위는 지난달 18일 "사법개혁 학술행사를 축소하려 한 의혹이 일부 확인됐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또 학술연구회 중복 가입을 금지한 조처도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그러나 "행정처 차원의 조직적 관여는 없었으며 사법부 블랙리스트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양 대법원장은 이 문제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동시에 '부당지시' 의혹의 장본인인 이규진 양형위 상임위원을 전보 발령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선 판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맨 먼저 서울동부지법 판사들이 지난달 25일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동부지법 판사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소집도 요청했다. 이달 15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판사들까지 가세해 전체 판사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한편,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사법파동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법원조사위는 그동안 인권법연구회가 내부 소모임을 중심으로 심급제도, 법관인사, 대법원장 인사권 등 사법행정과 제도에 관한 논의를 해 온 것에 대해 행정처가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법제도 관련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인권법연구회가 지난 3월 말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관 10명 중 거의 9명(88.2%)이 '윗선 지시 반대 시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한다'고 답변했다.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이 사법행정으로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장이 직접 대화 의사를 밝혔으니 일선 법관들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무엇인지 사법부 스스로 논의해 바람직한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 법관의 독립적인 판결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임시 처방 정도로 사태를 덮고 넘어가면 안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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