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새들의 母情, 사람보다 못하지 않다

입력 2017-06-18 08:01  

[연합이매진] 새들의 母情, 사람보다 못하지 않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생명의 계절.

사랑이 결실을 본 자연에서는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정성껏 품어 부화하고 힘든 육아(육추)를 거치는 등 새 생명을 탄생시키느라 더욱 바빠지고 있다. 조류 세계에서도 자나 깨나 자식만을 생각하는 모정은 인간세상과 하등 다를 바 없다. 비록 자신은 굶을지라도 새끼 먹이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어미새의 본능은 애틋하기만 하다.


하천 모퉁이에 꼬마물떼새가 둥지를 틀었다.

꼬마물떼새는 날씬한 몸매와 날렵한 생김새, 동그란 눈매에 노란 금테를 두른 모습이 정말 귀엽고 예쁘다.

사랑이 결실을 봐 4개의 알을 낳았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더우나 쌀쌀하나 온갖 정성을 다해 부화에 성공했지만 어느 날 1마리를 잃었다.

꼬마물떼새의 남은 자식 사랑이 지극하다.

황조롱이가 하늘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새끼들을 노리면 ‘삑삑’ 경고음을 계속해 내며 새끼들이 숨도록 한다.

알은 물론 갓 태어난 새끼들도 보호색이 워낙 뛰어나 바닥에 바짝 엎드리면 가까이 가서도 알 수 없을 정도다.

꼬마물떼새는 연기의 달인이다.

천적이 둥지 근처에 나타나면 날개를 다친 척하며 천적을 둥지로부터 멀리 유인하는 의태 행동을 하는 독특한 모성애를 드러낸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오히려 천적 가까이 다가가 날개를 푸드덕거리는 등 눈길을 새끼로부터 자신에게 돌리는 행동의 처절함이 눈물겨울 정도다.


◇ 전 세계 1만 마리 흰목물떼새의 모정






작은 하천에서 희귀조류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품은 뒤 새끼를 부화해 키우고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II 급인 흰목물떼새.

흰목물떼새는 전 세계에 1만 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희귀조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에서 취약(VU)종으로 분류된다.

흰목물떼새가 새끼를 키우는 곳은 물이 불어나면 물에 잠기기 쉽고 족제비, 황조롱이 등 다른 동물이 호시탐탐 노리는 녹록지 않은 곳이다.

이곳 하천 자갈밭에 둥지를 틀고 4개의 알을 낳아 정성을 다해 품기를 20여 일.

흰목물떼새는 무사히 새끼 4마리를 모두 부화하는 데 성공했다.

포란(抱卵) 중에 비가 내려 하천물이 불면서 둥지가 위협받기도 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이상저온일 때는 많은 시간을 둥지를 지키느라 어미는 제대로 먹이 사냥을 하지 못해 꺼칠한 모습이 됐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두 부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천방지축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새끼를 보살피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위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먹이를 찾는 새끼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추우면 추울세라, 더우면 더울세라 품 안에 품고, 다시 다른 새끼를 찾아가서 품어 안기를 계속한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놀던 새끼도 어미의 따뜻한 품으로 파고든다.

이런 보살핌 속에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새끼들은 어느 정도 물살이 있는 곳을 자신 있게 넘어다닐 정도로 꿋꿋하게 자라 어느덧 어엿한 하천 생태계의 일원이 됐다.



◇ 제 새끼 아닌데도…딱새의 애달픈 내리사랑







어미 딱새가 주변 눈치를 이리저리 한참이나 살피다가 쪼르르 날아 비닐하우스로 들어간다.

딱새 부부는 풀벌레 등 먹이를 사냥해 새끼에게 먹이느라 쉴 틈이 없다.

강릉산불이 비껴간 농촌 마을의 외딴집 농가 비닐하우스 안 곡물 건조기 위 좁은 틈에 딱새 부부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느라 매우 바쁘다.

그런데 딱새 둥지에는 정작 딱새 새끼는 없다.

거기에는 딱새 몸집의 몇 배나 되는 커다란 새끼 뻐꾸기 1마리가 둥지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비좁아 몸이 둥지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다.

조그만 인기척에도 분홍색 입을 쩍 벌리고 먹이를 재촉한다.

뻐꾸기가 몰래 딱새 둥지에 알을 낳고 간 것을 모르는 딱새 부부가 부화해 자기 새끼인 줄 알고 키우고 있다.

뻐꾸기가 탁란한 것이다.

탁란은 새가 자기 둥지를 짓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산란, 포란과 새끼 기르기를 그 둥지의 임자에게 위탁하는 습성이다.

잘 알려진 탁란조가 바로 뻐꾸기다.

정작 딱새 부부가 낳은 4개의 알은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전에 먼저 태어난 새끼 뻐꾸기가 둥지 밖으로 밀어 내버렸다.

이를 안 집 주인이 알을 둥지에 넣어 줬지만, 다음 날 또다시 딱새 알은 둥지 밖에 나와 결국 버려졌다.

부화 기간이 딱새보다 짧아 먼저 태어난 새끼 뻐꾸기가 계속해서 밀어낸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딱새 부부는 자신보다 큰 덩치로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는 자식(뻐꾸기)을 위해 먹이 사냥에 좀처럼 쉴 틈이 없다.

폭우가 쏟아져도, 폭염에도 먹이 사냥은 계속된다.

그러다가도 조그만 인기척이 나면 둥지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비닐하우스 주변에는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기척이 사라지면 새끼가 배고플까 봐 먹이 공급이 빨라진다.

둥지를 나오고서도 한동안 딱새 부부는 새끼 뻐꾸기를 찾아다니며 먹이 공급을 계속했다.

어느덧 주변에서는 탁란했던 어미 뻐꾸기가 딱새 부부에 위탁해 키운 자기 새끼를 부르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뻐꾸기가 떠나고 딱새 부부의 위탁도 끝이 났다.

강릉산불이 난 곳과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또 다른 곳에 딱새 부부가 새끼를 키운다.

문 닫은 농촌의 구판장 한구석 공중전화 박스가 딱새의 둥지다.

화마는 피했지만 연기는 이곳을 비껴가지 않았다.

이런 위험을 느꼈기 때문인지 딱새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둥지를 떠났다.

안전한 곳으로 매우 멀리 간 듯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기 힘들었다.



◇ "눈에 넣어도…" 때까치의 자식사랑







때까치도 집과 마주한 조그만 숲에 둥지를 틀고 건강하게 새끼를 키우고 있다.

나무껍질과 마른 가지 등을 이용해 둥지를 튼 때까치는 훌쩍 자란 새끼를 위해 각종 애벌레와 사마귀, 곤충 등을 쉴 새 없이 물고 와 먹인다.

새끼들은 노란 주둥이와 목을 길게 빼고 어미를 부르고, 어미는 물고 온 먹이를 골고루 먹인다.

다른 새나 뱀 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새끼 배설물을 물고 멀리 날아가 버리기를 반복한다.

때까치가 맹금류이지만 둥지를 나와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으로 어미의 근심은 가시지 않는다.

천방지축으로 날아다니는 새끼를 간수하기가 쉽지 않다.

숲에 숨겨 놓고 경고음을 내면서 위험을 알리지만 새끼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곳이나 날아간다.

새끼가 숨은 곳으로 먹이를 물어다 나르느라 어미는 한순간도 쉴 시간이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새들의 자식 사랑, 자식에 대한 근심이나 걱정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yoo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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