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회계기준 도입에 보험사 자본확충 불가피

입력 2017-05-18 15:36  

새회계기준 도입에 보험사 자본확충 불가피

시가평가로 보험부채 늘고 재무건정성 악화 우려

새 상품 많이 팔기보다는 기존 계약 유지가 중요해져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2021년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됨에 따라 보험업계는 당장 자본확충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야 하므로 보험부채가 늘어나 준비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고 적정 기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수익을 인식하는 기준이 달라져 보험사들은 신규계약을 많이 체결하는 것보다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저축성 보험보다는 보장성 보험을 파는 것이 유리해졌다.



◇ 고금리 확정상품 시가평가로 보험업계 부채 늘어나

보험업계의 새 회계기준인 IFRS17의 핵심은 보험부채 계산 방식을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점이다.

보험부채는 보험사가 앞으로 고객에게 줘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보험금이다. 현재는 보험상품을 만들 당시의 가정에 따라 보험부채가 사전에 결정돼 보험사는 그에 따라 책임준비금을 쌓아갔다.

IFRS17에서는 시가평가를 적용해 매 결산 시기 보험부채를 새롭게 계산한다. 그 당시 시장금리와 위험률 등에 따라 보험부채를 측정한다는 뜻이다.

시가평가를 적용하게 되면 금리확정형 상품의 경우 보험부채 규모가 달라진다. 현행 방식에서는 해당 상품이 주기로 한 금리로 향후 고객에 줄 보험금을 할인해 부채를 계산하지만 IFRS17에서는 현행 시장금리로 할인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정이율이 10%인 상품으로 내년에 보험금 110원을 돌려줘야 한다면 현행 방식에서는 시장금리와 상관없이 보험사의 보험부채는 보험금 110원을 10% 할인한 100원이 된다. 하지만 IFRS17에서는 현재 시장금리가 5%라면 보험부채는 105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내 보험사는 과거 고금리로 금리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기에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보험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5년 6월 기준 생명보험회사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43%이고, 이중 금리가 5% 이상의 상품 비중이 31%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부채가 IFRS17의 적용으로 22조∼33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지만 2021년 실제 금리가 한국은행 추정보다 더 떨어지면 부채규모는 이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

보험부채가 더 늘어나면 그만큼 준비금도 더 쌓아야 하는 데다가 지급여력비율(RBC)도 떨어진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요구자본(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손실예상액) 대비 가용자본(손실을 보전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비율로 계산된다.

가용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가치로 산출하는데 IFRS17에서 가용자본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재무건전성이 악화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IFRS17 적용으로 회계상 자본 감소가 예상된다며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 확보가 부담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보험사는 이에 따라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 발행 등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2위인 한화보험은 5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3위인 교보생명은 해외에서 5억달러(한화[000880] 5천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 신계약 체결보다 계약유지가 중요해져…보장성 보험 비중 늘어날 듯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영업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IFRS17에서는 수익을 인식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모두 수익으로 잡혔다. 수입보험료가 곧 매출로 인식됐다는 의미다.

IFRS17에서는 보험료 중에서 해약환급금과 같이 위험보장과 관련 없는 금액(투자요소)을 제외한 나머지만 수익으로 인식하게 했다.

수익에서 제외되는 투자요소로는 만기보험금, 해약환급금 등이 있다.

예컨대 저축성 보험상품의 경우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의 상당 부분은 만기 때 이자를 더해 보험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고객이 다쳤을 경우, 즉 위험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해보험(보장성 보험)과 상품구조가 다르다.

IFRS17에서 이 투자요소를 제외하는 것은 어차피 고객에게 돌려줄 보험료는 보험사의 수익으로 간주하지 말자는 취지다.

또 기존에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받은 시점에 보험료 전부를 수익으로 반영했다면 IFRS17에서는 향후 예상되는 수익을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에 거쳐 나눠서 인식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가 새로운 계약을 많이 체결해 수입보험료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보험사가 외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았다. 저축보험, 연금보험 등과 같은 저축성 보험인 일반 고객에게 재테크 상품으로 알려져 보장성 보험보다는 쉽게 팔렸다.

IFRS17에서는 저축성 보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투자요소는 매출로 간주되지 않기에 이런 상품을 많이 파는 보험사는 매출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최근 보험사가 저축보험,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보다는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늘리는 이유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시중 금리 등 외생변수에 의해 재무제표가 바뀌기 때문에 자본 변동성이 심해진다"며 "앞으로 무작정 보험을 많이 팔기보다는 이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리스크를 어떻게 헤지할지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매 시기 위험률 등의 가정을 새롭게 해야 하는데 이런 예측을 정확히 하는 일도 과제"라고 덧붙였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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