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강경화 인선 의미는…靑주도 정책결정·외교부 개혁

입력 2017-05-21 16:09   수정 2017-05-21 17:27

정의용-강경화 인선 의미는…靑주도 정책결정·외교부 개혁

외시 출신 미국통이 독점해온 외교부의 개혁·대미외교 쏠림 극복 과제

통상·다자외교 전문가…최대 난제인 북핵 해결 적임자인지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정의용(71) 국가안보실장, 강경화(62) 외교부 장관(후보자), 홍석현(68)·문정인(66) 통일외교안보 특보 인선에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구상은 청와대 주도의 정책 결정과 외교부 개혁 등으로 요약될 수 있어 보인다.

우선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좌장 역할을 한 정 실장과 두 중량급 특보가 전략 수립 및 정책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외교부보다는 청와대가 외교정책 추진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강 후보자가 국제기구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해외 생활을 했고, 그간 한국 외교부의 핵심 업무라 할 북핵과 한미동맹 관련 업무와는 거리가 먼 인권과 다자외교 업무를 해 왔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대통령이 안보실과 특보를 통해 외교·안보 정책 결정을 직접 챙기고, 외교부는 그 정책을 실행하는 쪽에 무게를 두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21일 "강경화 후보자가 탁월한 영어 실력과 오랜 국제기구 경험 등으로 외교장관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세련되게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면서도 "북핵 등 한국 외교의 주요 현안과 관련한 정책을 입안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외교정책의 설계는 청와대 안보실에서 하고 외교부는 그것을 이행하는 양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실장과 강 후보자 모두 외교관 출신이지만 '주특기'는 각각 통상과 다자외교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 한미동맹 등 그동안 한국 외교·안보의 중추를 이뤘던 영역에서 홍석현·문정인 특보의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 담긴 또 하나의 핵심 '코드'는 예상을 깬 강경화 장관 지명에 내포된 외교부 개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역대 외교부 장관은 외교관 출신일 경우 대부분 대미 외교에 잔뼈가 굵은 북미국 경험자였다. 그뿐 아니라 장관 아래 양자외교를 담당하는 1차관·차관보, 약 10년전부터 새롭게 요직으로 부상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까지도 북미국 출신들이 거의 장악하다시피 해왔다.

미국 전문가들의 요직 독점은 한미관계를 축으로 안정되게 외교를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됐지만 한국 외교의 창의력 및 상상력 발휘와 외교 다각화를 통한 지평 확대를 막는 요인으로도 작용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외무고시 출신의 '독점'은 논외로 하더라도 서울대 외교학과 또는 법학과 출신 등 특정 학맥의 요직 독점 경향도 오랜 문제로 지적돼 왔다.

강경화 후보자는 외무고시, 북미국, 서울대 외교·법학과와 같은 외교부 주류의 '키워드'와는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외교부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 후보자는 외시 출신이 아닌데다 1999∼2006년 외교부에 몸담은 동안 국제기구 업무를 주로 해왔기에 외교부 기존 주류들이 보기엔 '외부인'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다만 학계 출신 인사와 달리 외교부에 다년간 근무했다는 점에서 외교부의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 등을 체험으로 아는 인사라는 측면이 개혁에 적임자라는 평가로 연결됐을 수 있어 보인다.

한 전직 외교관은 "문 대통령의 저서를 보면 은근히 외교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드러난다"며 "강 장관 후보자에게 외교부 개혁의 임무를 부여하려는 의중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선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정의용 실장이나 강경화 후보자 모두 다자외교 전문가라는 점에서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측면과 외교부 개혁 면에서는 기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안보실장·외교장관 두 핵심 포스트에 북핵과 대미 외교 전문가가 포진해 있지 않은 것은 우려를 낳는 요인이기도 하다.

일단 전현직 외교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 실장과 강 후보자는 업무 능력과 인품 면에서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현직 외교부 간부는 정 실장에 대해 "균형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했고, 강 후보자와 함께 근무한 전직 외교부 간부는 강 후보자에 대해 "업무도 잘할 뿐더러 성품이 부드럽고 포용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교·통일·국방부 업무가 집약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두 사람이 적임자냐에 대해서는 '갸우뚱'하는 시각이 있다.

특히 정 실장의 경우 2004년 국회의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 13년여 외교의 현안에서 떠나 있었고, 강 후보자는 2006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부 판무관 경력을 시작하면서부터 10년 이상 한국을 떠나 있었다. 통일·국방장관 인선과 안보실 차장, 외교차관 인선 등을 통해 정의용-강경화 '투톱'의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강 후보자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아 외교부 조직 장악에 성공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한, 강 후보자 장녀의 국적과 위장전입 사실을 놓고 야당에서 공세를 벼르고 있어 인사청문회 절차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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