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중심은 '아시아의 등뼈' 실크로드였다"

입력 2017-05-23 11:59  

"세계의 중심은 '아시아의 등뼈' 실크로드였다"

신간 '실크로드 세계사'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오늘날 많은 세계사 책은 서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서술된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작돼 기독교가 지배한 유럽, 이후의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산업혁명을 거치며 발전하는 유럽과 이후 미국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틀은 비슷하다.

신간 '실크로드 세계사'(책과함께 펴냄)는 이같은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 반기를 들며 동양, 그 중에서 실크로드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본다. 제목은 '실크로드 세계사'지만 '실크로드'라는 육상교역로 자체보다는 실크로드를 둘러싼 지역을 통한 동방과 서방의 교류가 세계사의 중심이라는 관점으로 다시 쓴 세계사다.

저자인 영국의 역사가 피터 프랭코판 옥스퍼드대 우스터칼리지 연구원은 수천 년 동안 지구의 중심축은 동방과 서방 사이에 놓여 유럽과 태평양을 연결해주던 지역이었다고 본다. 오늘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캅카스, 이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등이다. 이들 지역은 문명의 교차로였고 종교의 탄생지였으며 여러 언어집단이 경쟁하던 곳이었다. 거대 제국들이 명멸했고 물건뿐 아니라 각종 사상이 교류하던 지역이었다. 저자는 이들 지역을 '아시아의 등뼈','세계의 중심'으로 부른다.


그러나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시작으로 서양이 세계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은 변방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주류 역사 서술에서도 밀려나기 시작했다.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이들 지역은 활발한 교류가 일어났던 세계사 속 무대이기보다는 낙후되고 독재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하며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먼저 인식된다.

책은 역사책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던 지역을 다시 주무대로 끌어올린다. 제국의 부상과 몰락, 불교의 확산과 기독교·이슬람교의 출현, 십자군 전쟁,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과 페스트의 확산, 콜럼버스 이후 서유럽의 득세, 식민지를 둘러싼 유럽과 러시아의 충돌, 중동의 석유를 노린 갈등과 1, 2차 세계대전, 냉전 시기를 거쳐 오늘날 중동과 미국 간 갈등, 이슬람 근본주의의 부상, 중국이 최근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까지 동방을 중심에 놓고 세계사에 접근한다.

실크로드를 다룬 많은 책이 고대와 중세 정도까지 육상무역로의 역사에 집중하는 것과는 달리 3분의 1 정도의 분량을 근현대사에 할애하며 실크로드의 현대적 의미를 강조하는 것도 책의 특징이다.

"새로운 세계의 조짐이 우리 눈앞에 떠오르고 있다. 다음번 위협은 어디서 올 것인지, 종교적 극단주의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국제법을 무시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나라들과는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 그리고 우리가 이해하려고 노력할 시간을 거의 또는 전혀 갖지 못한 민족·문화·종교와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에 아시아의 등뼈 곳곳에서 네트워크와 연결망들이 새로 짜이고 있다. 아니, 복구되고 있다. 실크로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원제 'The Silk Roads: A New History of the World'. 이재황 옮김. 1천24쪽. 5만3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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