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커제를 서서히 옥죈 알파고의 백 50·54수

입력 2017-05-23 17:46   수정 2017-05-23 19:24

성급한 커제를 서서히 옥죈 알파고의 백 50·54수

"커제에게 역전 기회 한 번도 안내주고 끝까지 우세 유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당장 위협을 주는 강렬한 수는 없었다. 서서히 압박이 느껴지는 바둑이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는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3번기 1국에서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에게 289수 만에 백 1집 반 승을 거뒀다.

초반부터 우위를 잡은 알파고는 한 번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고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시종일관 은근하게 커제 9단을 압박했다.


커제 9단은 초반부터 극단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작전을 꺼내 들었다.

미리 짜둔 작전을 풀어내는 커제 9단의 모습에서 다소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알파고는 유난히 차분했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대국할 때 이따금 선보인 '놀랄만한' 수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눈에 띄는 수는 있었다.

커제 "알파고, 충격적이었다" [https://youtu.be/ZJLWJDrliPI]

초반 좌변에 둔 백 50수와 54수다.

이미 알파고가 우세했던 상황이다. 보통 인간 기사였다면 좌변의 변화가 끝났다고 보고 다른 부분으로 넘어갔을 시점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좌변에서 백 4점을 잡은 흑돌에 백으로 50수와 54수를 놓아 절단했다.

당장 수가 나지는 않지만 커제에게 계속 부담을 안기는 절단이었다.

바둑 국가대표 감독인 목진석 9단은 "인간이라면 그곳에 두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수는 현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 흐름에 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당장 위협적인 공격은 아니었지만, 서서히 압박이 느껴졌다고나 할까"라고 음미했다.

50·54수는 이미 우세한 상황을 굳히는 효과를 은은하고도 톡톡히 냈다고 목 9다는 설명했다.




중국 우전 현지에서 대국을 지켜본 김성용 9단도 "50번째 수를 '응수타진'(應手打診·상대 반응을 묻는 수)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그 시점이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목했다.

김 9단은 "그 장면부터 알파고가 바둑을 풀어가는 게 대단했다"고 감탄했다.

김 9단은 우상귀를 파고 든 알파고의 84번째 침입 수도 남달랐다면서 "그때부터 100번째 수까지에 이르자 이미 커제 9단이 이기기 어려운 바둑이 됐다"며 알파고가 흐름을 장악한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1집 반으로 이긴 미세한 바둑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1집 반이 줄어들지 않는 바둑이었다"며 "알파고의 마무리 과정도 완벽했기 때문에 커제 9단의 완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NHN엔터테인먼트 한게임 바둑 총괄인 김강근 7단은 초반 실리 작전을 펼친 커제 9단에 대해 "일명 '알파고 수법'으로 포석을 많이 연구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7단도 "알파고는 첫 좌변 접전에서 사석작전으로 실리로 전향한 후, 백 50, 백 54의 생각하기 어려운 두터운 수법으로 백 68까지 주도권을 잡았다"고 해설했다.

이후 커제 9단이 승부를 걸어왔지만, 알파고는 상황을 쉽게 정리하며 우세를 유지했다면서 "초반 우세를 뒤집을 기회를 한 번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마무리였다"고 극찬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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