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갑을관계·퇴직…'환상' 버리고 '현실' 담은 발레

입력 2017-05-24 15:22  

비정규직·갑을관계·퇴직…'환상' 버리고 '현실' 담은 발레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 내달 개막…현실적 소재 다룬 작품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환상적 '동화 세계'가 아닌 치열하고 서글픈 '현실'을 그려낸 발레 작품들이 잇따라 소개된다.

무대 주인공도 새하얀 튀튀(발레리나가 입는 치마)를 차려입은 공주님과 멋진 왕자님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이들이다.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회와 예술의전당이 오는 6월 8~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는 유독 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 많이 오른다.

우선 와이즈발레단의 '더 라스트 엑시트'(6월 13~14일·CJ토월극장)는 직장인들의 일상과 애환을 담는다.

24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성욱 예술감독은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 직장 내 갑을관계, 여성에 대한 성적 차별, 비정규직 사원의 고달픈 삶, 불합리한 회식 문화 등을 담고자 했다"며 "이 시대 직장인들의 마지막 비상구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를 사용하지만, 백조가 아닌 직장 초년병들의 춤이 펼쳐진다. 정장을 입은 신입사원들이 펼치는 군무를 원작 클래식 발레와 비교·감상할만하다.

인기 춤 경연 프로그램 '댄싱9' 출연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안무가 이루다와 그가 이끄는 단체 이루다 블랙토 프로젝트는 '블랙 스완 레이크 R'(6월 13~14일·자유소극장)을 통해 젊은이들의 치열한 경쟁과 좌절 등을 그린다.

R은 '레드'(Red·핏빛), '리얼리티'(Reality·현실), '리버설'(Reversal·역전)을 의미한다.

오염된 호수에서 백조가 멸종되고 변종된 흑조만이 살아남는다는 설정으로 권력관계의 사회 구조 속 병들어가는 현대인을 표현한다.

이루다는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사회 구성원들의 좌절과 저항 등을 담아내려 한다"며 "붉은색을 메인 색채로 활용해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걸댄스시어터의 '스텝 바이 스텝'(6월 17~18일·자유소극장)은 국립발레단에서 약 14년간 군무 무용수로 활동하다 퇴직한 이향조씨의 삶을 토대로 했다.

안무가 김용걸은 "누구나 최고 무용수가 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성공에 대한 갈망, 1명만이 승자가 되고 99명이 루저가 되는 사회, 인간의 자존감 등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블랙 코미디 '평범한 남자들'(6월 17~18일·자유소극장)도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치열한 하루를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이번 축제에는 총 11개 단체의 12개 작품이 소개된다.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인기 작품도 관객을 맞이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모던 발레 안무가 세 명의 발레 작품 네 가지를 모은 '디스 이즈 모던'(6월 8~10일)으로 올해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국립발레단은 발레 기교와 유명한 장면들을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발레 갈라'(6월 17~18일)와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적 안무가 돋보이는 '스파르타쿠스'(6월 23~25일)를 선보인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두 여성 무용가의 작품도 관심을 끈다.

작년 허용순 안무가에 이어 올해는 전 워싱턴발레단 주역 무용수 출신의 중견 안무가 조주현과 현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로 활약 중인 신인 안무가 김세연이 '여인의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각각 신작을 올린다.

김세연은 "어두운 소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줄거리를 만들고 다양한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쉽고 어렵지 않은 작품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