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주 잠잠하던 글로벌 증시에 파문이 일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유착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변동성 지표(VIX)는 지난 17일 15.6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46.4% 급등했고, 미국 3대 주가지수도 2% 내외의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금은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됐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관된 '러시아게이트'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특별검사를 임명하면서 그러한 모습이 더욱 짙어졌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유명한 스캔들이다. 미국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주식시장도 약세로 돌아섰다. 워터게이트 호텔 내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의 도청 사실이 적발된 시점부터 닉슨 대통령 사임까지 S&P500 지수는 33.7% 하락했다.
그러나 닉슨이 백악관을 떠나자 주식시장은 다시 반등했다.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과거 시장 흐름이 현재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믿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를 진행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는 과정에서 그 유명한 '토요일 밤의 대학살'이 연상됐다.
주지하다시피 이 사건 이후의 증시 흐름은 지속적인 약세였다. 그렇다면 향후 주식시장도 과거처럼 약세로 전환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통령이 연관된 정치스캔들로 인해 노이즈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체 시장 흐름을 좌지우지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특히 현재 미국은 70년대와 경제적, 정치적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
정황상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작다. 러시아 내통 및 사법방해와 관련해 확실한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의회가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닉슨 시절과 달리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를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경제 상황도 과거와 다르다. 주식시장이 하락했던 1973년과 1974년에는 워터게이트 사건 이외의 중요한 변수가 있었다.
바로 4차 중동전쟁과 1차 오일쇼크다. 사실 이런 이슈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실례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친 고통지수가 당시에 15%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골디락스(Goldilocks, 국내외 경제 여건이 과열되지도 침체하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고, 실업률도 자연 실업률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30% 급락하는 약세장이 연출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
(작성자: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sckang@truefriend.com)
※ 이 글은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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