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교사부부, 파키스탄서 괴한에 납치…中'일대일로' 노렸나 촉각

입력 2017-05-25 11:21  

中교사부부, 파키스탄서 괴한에 납치…中'일대일로' 노렸나 촉각

일대일로 요충지 범죄에 中당국 긴장…관련사업 건설인부도 총격살해돼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만만하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요충지 중 하나인 파키스탄 퀘타에서 24일 중국인 교사 부부가 무장괴한들에 의해 납치됐다.

중국 중앙(CC)TV 등 중국 언론은 파키스탄 주재 중국 대사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납치된 중국인들은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주도 퀘타에 있는 진나어학센터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라고 전했다.

중국 대사관 당국자들은 이날 낮 12시께 총을 든 무장괴한들이 호텔 식당 앞에서 중국인 교사 2명이 탄 차량에 접근해 이들을 끌어내린 뒤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들 부부를 지키던 사설 보안 요원은 저항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퀘타 경찰서장인 라자 치마도 "중국인 교사들이 차량에서 내리자 무장괴한들이 총을 들이대고 끌고 갔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중국인 여성도 근처에 있었으나 납치 위기를 가까스로 면했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이번 납치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없다. 그러나 예전에 이슬람 과격분자들은 몸값을 요구하거나 자신들의 대의명분을 선전하기 위해 파키스탄 내에서 외국인들을 납치하는 경우가 있었다.

발루치스탄주 경찰청장인 나와브 사놀라 제흐리는 경찰에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인질들을 하루빨리 구출하라고 지시했다. 또 파키스탄 주재 중국 영사들도 즉각 비상근무에 들어갔다고 CCTV가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4년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에 서명한 이후 파키스탄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수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CPEC 프로젝트는 중국 서쪽 끝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3천㎞ 길이의 도로와 철도, 가스관을 건설해 신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일대일로 단일 프로젝트로는 가장 많은 460억달러(52조6천460억원)의 거액이 투자된다. 파키스탄 내에서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파키스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제국주의 국가로 군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납치사건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29개국 정상들을 초청해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한 지 10여 일 만에 일어난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당시 포럼에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참석했다. 따라서 이번 중국인 교사 납치사건과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시선들이 많다. 발루치스탄주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의 중심지다.






그러나 이슬람 과격분자와 분리주의자들의 폭력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파키스탄 내에서는 일대일로 건설사업으로 인해 인부들이 테러 공격을 받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지난 19일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파키스탄 인부 3명이 과격분자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으며 지난 12에는 무려 10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대일로 통과국들에 대한 투자와 지구촌 경제권 통합도 시급하지만 폭력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들 나라에 인민해방군이나 보안경찰을 파견할 수도 없다. 중국은 해당 나라 정부가 일대일로 건설 현장의 보안을 제대로 챙겨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에 있는 퀘타 같은 도시에서는 파키스탄 정부도 제대로 보안을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ysk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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