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르르 타던 건물 단열재, 접착제만 바꿔도 불 안나네

입력 2017-05-26 15:30  

화르르 타던 건물 단열재, 접착제만 바꿔도 불 안나네

접착제 규제 빠진 국토부 지침 '허점'…소방당국 "개정 건의"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실험 공간에 똑같은 크기의 단열재 2개를 놓고 2분 동안 불을 붙였다.

2분 뒤 한쪽은 불이 화르르하고 타올랐지만 다른 쪽은 그을음만 남기며 불이 붙지 않았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이정섭 화재조사관은 "두 단열재를 벽에 붙인 접착제를 다르게 하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단열재를 붙일 때 쓰는 접착제만 제대로 규제해도 화재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을 26일 언론에 공개했다.

실험에서 불탄 단열재는 유기 접착제로, 불이 붙지 않은 단열재는 무기 접착제로 붙였다.

유기접착제는 폴리비닐아세트산, 부탄, 디메틸에테르 등 합성수지 성분이 들어간 접착제이고 무기접착제는 시멘트나 이산화규소 성분으로 만들어진 접착제다.




문제는 접착제 종류에 따라 화재 발생에 큰 차이가 나는데도 국토부의 '건축물 피난 방화구조에 관한 규칙'에는 다중이용시설에 단열재만 난연 단열재로 쓰도록 할 뿐 접착제는 따로 규제하지 않는 것이다.

이 조사관은 "공사 현장에서는 별도의 규제 규정이 없으니 난열 단열재를 쓰고도 유기 접착제로 부착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면서 "유기 접착제가 무기 접착제보다 조금 더 싸고 양생(접착 속도)도 빨라서 유기 접착제를 공사업자들이 많이 쓴다"고 전했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국토부에 지침 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접착제를 바르는 방법에 따라서도 화재 확산 속도가 차이 난다며 또 다른 실험을 공개했다.

이 실험은 유기접착제를 단열재 가장자리와 중간에 모두 바른 경우(리본앤댑 시공법)와 중간에만 접착제를 바른 경우(돗앤댑 시공법)를 놓고 어느 쪽이 불에 빨리 타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중간에만 접착제를 바른 경우가 훨씬 불에 빨리 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소방위는 "가운데만 접착제를 바르면 접착력이 떨어져 단열재와 외벽 사이에 미세한 공간이 생기며 압력에 의해 불이 빨리 치솟는 '연돌효과'가 나타난다"면서 "가운데만 접착제를 바르는 것이 시공상의 간편성 때문에 현장에서 선호되는 경우가 많은데 화재 예방을 위해 시공 방식을 바꿔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014∼2016년의 경우 단열재로 인해 화재 피해가 커진 경우만 381건에 달한다. 인명피해만 11명, 재산피해는 133억원에 이르렀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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