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울산 시민이 사랑하는 도심 속 쉼터

입력 2017-06-10 08:01  

[연합이매진] 울산 시민이 사랑하는 도심 속 쉼터

(울산=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숲에 가서 그 기운을 흠뻑 마셔라. 햇빛이 나무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것과 같이 자연의 평화가 우리에게 흘러들어올 것이다. 바람이 신선함을, 그리고 에너지와 열정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걱정은 가을의 낙엽과 같이 떨어져 없어질 것이다."





미국의 환경보호론자인 존 뮤어의 말처럼 숲은 '휴양의 파라다이스'다. 일상의 생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찾은 숲은 몸과 마음을 치유해준다. 울산 태화강대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김경호 씨는 "한여름 집에 있으면 답답한데, 집 앞의 십리대숲에 들어서면 금세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 머리도 절로 맑아진다.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는데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공원이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한다.

태화강대공원은 울산 시민이 사랑하는 도심 속 쉼터다. 서울 여의도공원의 2.3배 크기인 태화강대공원은 용금소(태화루)에서 명정천에 이르는 옛 태화들로,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십리대숲을 비롯해 대나무생태원, 나비생태원, 초화단지, 덩굴식물터널, 수변산책로, 야외공연장 등이 어우러진 생태문화공간이다. 운동이나 산책은 물론 가족과 자연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태화강은 울산 도심을 동서로 가로질러 동해로 빠져나가는 47.54㎞의 하천으로 울산의 젖줄과 같은 강이다. 1960년대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태화강은 오ㆍ폐수와 쓰레기로 오염돼, 악취가 진동하고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다.

2004년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 후 강둑과 호안(湖岸)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강가엔 수초를 심는 등 자연 생태형 하천으로 정비했다. 악취가 사라지고 연어와 황어가 찾아들었고, 백로와 갈까마귀도 날아들었다. 태화강 하류 수질은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이 과거 농업용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한 11.3ppm이었으나, 2007년에 1.7ppm의 1급수로 개선된 후 현재 9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토사가 쌓여 형성된 농경지의 비닐하우스와 쓰레기를 제거한 하천부지 위에 시민의 쉼터인 공원을 조성했다.






◇ 울산 12경 십리대숲, 29만㎡ 대나무 군락지


태화강대공원의 백미는 단연 울산 12경 중 하나인 '십리대숲'이다. 태화강 십리대숲은 무거동 삼호교와 태화동 용금소(태화루) 사이 태화강 양편에 조성된 약 4㎞ 구간의 29만㎡ 대나무 군락지를 말한다. 울산의 최초 읍지인 학성지(1749년)에 '오산 만회정 주변에 대밭이 있었다'는 기록과 고려 중기 김극기의 태화루 시(詩) 서문에 대나무가 묘사되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래전에 대숲이 형성돼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제강점기 때도 잦은 홍수로 인해 농경지 피해가 잦아지자 치수용으로 대나무를 심었고, 그게 십 리에 이르는 대밭으로 변했다고 한다.

공원 서쪽에 솟은 오산(鰲山)의 대숲 입구에 들어서면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하나 맨 먼저 대나무가 아닌 '뻐꾸기 나무'가 시선을 잡아끈다. 뻐꾸기가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는 것처럼 소나무 옹이 터에 팽나무가 씨앗을 틔워 묘한 동거(同居)를 하고 있다. 자라(鰲)의 형상을 닮았다는 오산은 예부터 숲과 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조선 중기 부사(副使)를 지낸 박취문(1617∼1690)이 말년에 낙향을 위해 지은 만회정(晩悔亭)이 복원돼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 팔작지붕의 만회정 앞 강변 바위에 새긴 '觀魚臺'(관어대)라는 글자와 자라 그림이 남아 있다.






◇ 댓잎들이 몸을 비빈다…'사그락사그락'



햇볕이 뜨거운 한낮 십리대숲을 걸었다. 대숲이 정말 시원하다. 심호흡하면 청량한 음이온이 온몸을 돌아나가는 기분이다. 음이온은 사람의 피를 깨끗하게 해주고, 공기까지 맑게 해주는데 십리대숲의 음이온 농도는 1㏄당 1천800개로 도심지 평균인 100∼500개보다 엄청나게 높다. 기온이 숲 바깥보다 4∼7도가량 낮아서 날이 더워지면 더워질수록 더 큰 매력을 발산한다

그저 걷다 보면 저절로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바람이 불면 대숲은 물결처럼 일렁인다. 댓잎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낸다. 자연스럽게 걸음이 멈추어진다. 죽림의 녹색 풍광은 물론 대숲을 뚫고 쏟아지는 햇살도 눈을 편안하게 해주고, 댓잎에 스치는 청량한 바람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대숲 곳곳에 의자가 놓여 있어 발걸음을 멈추고 언제든 쉴 수 있다. 대숲이 가장 울창한 곳에 죽림욕장이 있는데 이곳 의자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머리도 절로 맑아진다. 홀로 사색을 즐기기 좋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걷는다. 대숲에서 죽순이 커가는 소리도 들린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있듯이 죽순은 하루에 30㎝ 이상 자란다.

김경숙 생태관광해설사는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죽순이 돋아나는 시기로 죽순이 대나무로 자라는 기간은 30∼40일 걸린다”며 “예부터 지조와 절개의 상징인 대나무의 굵기는 죽순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십리대숲의 주종인 맹종죽(孟宗竹)은 대나무 중 가장 크고 굵은 품종으로 최대 20m까지 자란다.







◇ "이곳에 사는 사람들 행복하겠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십리대숲은 최근 정부가 주관하는 '2017 열린 관광지'에도 선정됐다. 열린 관광지는 장애인과 노인 등 모든 관광객이 불편함 없이 관광 활동을 할 수 있는 무장애 관광지를 의미한다. 십리대숲 전체를 조망하려면 강 건너편에 있는 태화강 전망대에 오른다. 대숲의 중간쯤에서 줄배(왕복 1천원)로 오갈 수 있는데 지상 4층 규모의 태화강전망대는 1963년부터 1995년까지 울산국가산업단지 기업체에 공업용수 공급을 담당했던 취수탑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전망대 바로 옆 삼호대숲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도심 속 철새도래지다. 여름에는 8천여 마리의 백로가 둥지를 틀고, 겨울이면 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 10만여 마리가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대숲을 나오면 관상용 호박ㆍ조롱박ㆍ수세미ㆍ뱀오이 등 덩굴식물 열매가 열리는 덩굴식물터널, 맹종죽ㆍ야차죽ㆍ금명죽ㆍ포대죽ㆍ오죽ㆍ구갑죽 등 다양한 품종의 대나무를 만날 수 있는 대나무테마공원, 꼬리명주나비ㆍ사향제비나비 등 4종의 나비가 서식하는 나비생태원을 둘러볼 수 있다.

실개천 징검다리를 건너면 매년 봄꽃대향연(5월)과 가을국향(10월) 축제가 열리는 초화단지다. 올봄에도 16만㎡ 규모에 꽃양귀비, 수레국화, 안개초, 작약 등 6천만 송이의 봄꽃이 만개해 꽃바다를 이뤘다. 마약 성분이 없어 오로지 관상용으로만 쓰는 꽃양귀비는 서초 패왕 항우의 애첩 우희의 비극적인 죽음과 연관된 꽃으로 그 어느 꽃보다 화려했다.

대숲과 꽃향기에 취한 한 관광객은 "도심에 이렇게 좋은 공원이 있어 이곳에 사는 사람은 행복하겠다"며 부러워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chang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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