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6.25 참전용사 아들 레오 드메이 10년 사부곡

입력 2017-05-31 07:00  

캐나다 6.25 참전용사 아들 레오 드메이 10년 사부곡

부산 유엔기념공원서 국제협력실장 근무…31일 퇴직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아버지는 제가 오늘까지만 출근한다는 걸 알고 계시죠. '그래, 잘 가거라'는 대답도 하셨어요."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국제협력실장으로 근무하는 캐나다인 레오 드메이(65) 씨가 31일 근무를 마지막으로 유엔기념공원을 떠난다.

꿈에 그리던 아버지 곁에 있고 싶어 유엔기념공원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덧 10년을 넘어섰다.


그는 한국전쟁 때인 1952년 9월 5일 35고지 전투 때 전사한 앙드레 레짐발드 씨의 아들이다. 고인은 유엔기념공원에 영면해 있다.

아버지가 전사할 당시 태아였는데 젖먹이 때 입양됐다가 50년이 지난 2007년 유엔기념공원에 오게 돼 부친을 처음 만났다.

"아버지 앞에 꽃을 놓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그는 당시 인연으로 아예 부산에 머물렀다.

영어강사 생활을 하며 일주일에 두어번씩 아버지를 만나러 유엔기념공원에 오다 지인의 소개로 2008년 8월부터 유엔기념공원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캐나다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이 보고 싶어 힘들었지만 매일 아침 아버지께 문안 인사를 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며 "그동안 아들의 도리를 어느 정도 했기에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친구들과 남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기념공원의 상징적인 인물로 통한다.

회의 자료를 만들고 세계 각국의 방문자에게 유엔기념공원을 소개하느라 바쁘고 때로는 힘든 날도 있었지만 기일을 맞은 참전용사의 무덤에 찾아가 고인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비슷한 또래의 주차 관리요원들과 서툰 한국어 인사를 건네며 같이 담배를 피우는 동네 아저씨이기도 하다.


그는 "명성을 얻거나 돈을 벌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며 "매일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유엔기념공원을 떠나 가족과 보름간의 휴가를 보내고 캐나다로 돌아간다.

몸은 떠나도 마음은 여전히 한국에 있기에 일년에 두번 정도는 한국에 와서 지인들과 맥주를 마시고 삼겹살과 닭갈비를 먹고 싶다고 했다.

유엔기념공원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전쟁 이야기를 담아 2013년 11월 발간한 책인 '워 리플'을 소개하거나 한국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강연을 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버지와의 이별이 슬프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아버지는 부산에도 계시고 내 마음속에도 계시기에 내가 부산이 아닌 그 어디에 있어도 이제는 괜찮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한국전쟁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통일을 이루고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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