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드라마'라고 하기엔…'써클', '듀얼'의 한계

입력 2017-06-06 10:00   수정 2017-06-06 11:16

'SF드라마'라고 하기엔…'써클', '듀얼'의 한계

새로운 소재에 방점…특수효과 등 '볼거리'는 없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SF드라마'를 표방했지만 특수효과는 없다. 새로운 기법의 촬영술이나 특별한 CG는 물론이고, 특수분장도 없다.

대신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릴러가 특수효과의 자리를 메운다.

tvN 월화극 '써클 : 이어진 두 세계'와 OCN 주말극 '듀얼'이 한국형 'SF드라마'의 세계를 열어젖히는가 했지만, 이렇다 할 시각적 특수효과는 전무해 '말로만' SF드라마에 머물고 있다.

한국드라마의 소재와 장르를 확장했다는 점에서는 방점을 찍는다. 호기심과 긴장감을 자아내는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도 박자를 맞춘다. 그러나 각종 특수효과로 무장한 할리우드산 콘텐츠에 눈높이가 맞춰진 시청자에게 이들 드라마를 'SF드라마'라고 소개하기엔 무리가 있다.





◇ 겉으로 보기엔 새로운 게 없는…'써클'

'써클'은 외계인과 근미래인 2037년을 다룬다. 그런데 외계인이 타고 왔을 법한 우주선이 등장하지도 않고,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인 2037년의 세상은 뭔가 대단히 달라져 있지도 않다.

국내 드라마에서도 외계인은 이미 2013년 SBS TV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했으니 새롭지도 않다. '별에서 온 그대'는 멜로이고, '써클'은 스릴러라는 차이가 있지만 '말로만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은 같다.

지난달 22일 첫회에서는 그나마 쌍둥이 꼬마가 숲 속에서 외계인과 조우하고, 그러한 충격적 경험이 성인이 돼서도 그들의 인생을 장악하는 설정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 역시도 이미 수십 전부터 미국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한 설정이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측면이 있었다.

대학 캠퍼스에서 의문의 연쇄 투신자살 사건이 벌어지는 게 외계인 때문이라 추정되고, 쌍둥이 형제 중 하나가 어린 시절 만났던 외계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을 동력으로 삼는 것도 기존 한국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이야기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드라마는 여느 스릴러 드라마와 같은 모습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나, 외계인을 내세웠다고 더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첫회 시청률 2.9%가 현재까지 자체 최고 기록이다.

2037년의 근미래가 지금과 별반 다른 모습이 아닌 것도 '볼거리'를 제약한다. 지금도 골치인 미세먼지가 그때가 돼서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돼 버렸다는 설정은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그게 'SF'적인 요소는 아니다. 반대로 2037년에는 인간의 머릿속에 칩을 박아 기억을 통제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다분히 'SF'적이지만, 이처럼 윤리적으로 민감한 일이 고작 20년 뒤에 벌어진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써클'은 외계인과 근미래를 내세웠지만, 과학적 측면에서는 초능력을 쓰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별에서 온 그대'보다도 '볼거리'를 주지 못한다.

대신 드라마는 여진구, 김강우, 안우연이라는 세 주연 배우의 호연과 어떤 시대적 배경에 가져다 놓아도 될만한 실종 스릴러에 살을 입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 유괴 사건과 복제인간의 상관관계는?…'듀얼'

'듀얼'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다고 홍보한 작품이다. 그런데 인간이 복제되는 과정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등장인물이 복제인간이다.

영어 제목에서도 트릭을 썼다. 쌍둥이, 복제 등을 뜻하는 'Dual'이 아닌, 대결을 뜻하는 'Duel'을 썼다. 겉모습은 물론이고, DNA와 지문까지 일치하는 두 인간이 선과 악으로 나뉘어 대결을 펼친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둘 다 복제인간인지, 한 명은 인간인지, 둘 다 인간인지는 아직 모른다. 드라마는 이 똑같이 생긴 두 인간의 정체를 밝히는 동시에, 이 둘이 선과 악으로 나뉘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끌고 나갈 심산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직은 '계획'에 머문다. 2회까지 방송된 현재 '듀얼'은 SF드라마라고 하기엔 상당히 성급하다. 현재는 그냥 유괴 드라마다. 리암 니슨이 납치된 딸을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영화 '테이큰'에 빗대 '한국판 테이큰'이라는 수식어가 나오기도 했다. 딸을 유괴당한 아버지가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이종재 PD도 복제인간이라는 소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PD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며 "SF지만 조금 더 현실성 있는, 사실적인 면에 집중했다. 사람들 간 감정표현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복제인간을 맡은 양세종이 한 화면에서 동시에 1인 2역을 펼치는 정도의 CG가 도입될 뿐 그 외에 '듀얼'에 특수효과는 없다.

제작진은 이를 '현실성이 있는 SF'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신약이 개발되고 생명 복제 기술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지만, 그러한 과학적 분야는 드라마의 작은 설정에 머문다. 대신 유괴 사건이 빚어내는 긴장감과 안타까움, 딸을 구하고자 하는 주인공 장득천의 감정이 극을 이끌어간다.

실제로 1~2회는 장득천을 연기하는 정재영의 절박한 열연으로 꽉 채워졌다. 이는 곧 유괴범이 인간이든, 복제인간이든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으로, 드라마의 약점이 된다.







◇ '생방송 제작'으로는 'SF드라마' 어려워

이렇듯 '써클'과 '듀얼'이 '무늬만' SF드라마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은 제작비와 '생방송 제작' 시스템 때문이다.

특수효과는 모든 순간이 곧 돈인데, 일반 드라마보다 훨씬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지 않는 한 특수효과는 요원하다. 여기에 그 주 찍어 그 주 방송하는 '생방송 제작' 시스템으로는 돈이 아무리 있어도 특수효과를 구현할 수 없다.

'써클' 관계자는 6일 "이번에는 소재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써클', '듀얼'을 발판으로 향후에는 한국에서도 진짜 SF드라마가 등장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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